6.15 선언 1주기

 

6.15 선언 1주기




이른 바 6.15선언 1주기를 맞는다.


작년 오늘 온 세계의 놀라움 속에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뜨거운 포옹을 했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그래서인지 아닌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어쨌건 그 뒤로 노벨 평화상도 탔다.


놀라운 만남 뒤에는 이산가족상봉이니 경의선철도 복원이니


후속조치들이 뒤따랐다.


금방이라도 통일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오늘 난 그 통일이 어떻게, 어디까지 와 있는지 모른다.


이산가족을 위한 면회소가 되었건, 경의선이 되었건


어디까지 그 사안들이 진척되어 있는지를 모른다.


내가 세상사와 시사에 무심해서 일까?




한편, 난 오늘이라도 이렇게 통일이 되어버릴까가 두렵다.


아니 통일이 되어서는 안될 것 같다.


만일 통일이 되었다 치면 남쪽 사람들이


빚을 내서라도 죄다 북쪽으로 몰려가서


자본주의 물정에 어두운 북쪽 사람들을 대상으로


부동산투기하고 인감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서


인감 받아 말뚝을 꽂고나 다니지 않을까


그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우리가 수십년 보아 온 영호남의 갈등도 이렇게 깊은데,


또 그렇게 해서 생겨버릴지도 모르는 남북의 갈등은


어떻게 메꿀지가 묘연할 것이기 때문이다.




동서독의 장벽을 시민들이 무너뜨린 것처럼


다가오는 소위 ‘민간의 세기’에 선 우리의 통일은


정치가가 이루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또 적어도 그렇게 믿고 싶다.


우리의 통일은 정치가가 아닌 우리가 이루는 것이다.


통일은 반쪽짜리 자아로 살아온 우리 민족이


다른 반쪽과 화해하는 사건이 되어야 한다.


결코 정치적인 사건이어서는 안된다.


화해의 사건이란 마음이 오고가는,


시간이 많이 필요한, 그런 인내의 여정이다.


그래서 우리는 통일을 이야기 하지 말고


민족의 화해를 이야기 해야만 하는 것이다. (200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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