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짜증

 

왕짜증




참 짜증나는 날이다.


신부가 나날이 즐겁고 인생이 보람되고 그런 날들이어야 할 텐데도 그렇지가 못하다.




날씨는 계속 찌뿌둥하더니 시원한 빗줄기도 아니게, 지적지적 왼 종일 그렇게 뿌려댄다. 집안 온 복도들이, 또 식당 바닥들이 습기로 미끌미끌하고 걸레질을 해도해도 금방 축축해진다. 장마다.




지금 집에는 정신장애와 지체장애 청소년들 147명, 거기에 따라붙는 교사들 50명이 함께 하고 있다. 한 녀석은 내 보기에는 전혀 이유도 없이 한 나절을 울어대다가 이제야 겨우 울음을 그쳤고, 한 녀석은 괜스레 벽을 제 주먹이 아프게 두들겨만 댄다. 한 녀석은 울음도 아니고 외침도 아닌 괴성을 복도가 떠나라고 쉴 새 없이 질러댄다. 한 녀석은 복도 한 쪽에 제 좋아하는 자리인지 그 곳에만 앉아 있고 싶어 하고 한 녀석은 저녁 메뉴로 나온 돈까스를 어디서 어떻게 얼마나 구했는지 계속 먹어대며 맛있다고 지나가는 내게 자랑한다. 그만 먹어야할텐데 하는 걱정이 앞선다. 화장실에서 옆에 만난 한 친구는 장애인들을 위한 파이프 손잡이가 없는 소변기 앞에서 그 소변기를 부등켜 안고 일을 치르느라 괜히 내 얼굴이 달아오르게 하고 그런 시설이 없는 이 집의 책임자로서 나를 미안하게 한다. 내가 이 친구들을 이해 못하듯이 하느님 보시기에 내 모습이, 내 꼬라지가 이렇게 이해하지도 못할 그런 것임을 나에게 깨우치느라고 이번 주에 우리 집을 찾아온 이 친구들이기에 내게는 선생님이다.




그런데 오후에는 앞마당에 며칠 째 아무런 말 한마디 없이 차를 주차해놓고 연락도 없는 사람이 나를 짜증나게 했다. 경찰에 차적 조회를 해도 소유주가 파악되지 않고, 어쩌고 저쩌고를 하루 종일 하다가 선팅 해 놓은 차창 안에서 겨우 발견한 우편물의 주소를 어렵게 읽어내고 그 주소 따라 다행히 아파트여서 원주시 소재 그 아파트 관리사무소로, 그 집으로, 그 사람의 휴대폰으로 30여분 만에 전화비 몽땅 들여가며 찾아 통화하고 보니 원주 모 파출소의 순경이란다. 계급은 경장. 휴대폰으로 어찌된 영문이냐 했더니 근처에 교육받으러 왔단다. 말 한마디 없이 5일째 차를 세워놓은 것도 그렇고, 응답하는 당당함도 그렇고, 마지못해 차를 가져가면서 미안하단 말 한 마디 없이 가지고 도망치듯 가버린 그 경찰이 밉고 짜증난다. 30대 초반의 이 나라 경찰이 벌써 이런 것부터 배웠나 싶으니까 이 나라의 경찰이 또 무더기로 싸잡아서 미워진다. 그래선 안되는데도 말이다.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고 살아서 그런지 얼마 전에 떼어낸 혹 옆에 또 무슨 혹이 생겼다고 그런다. 정말 왕 짜증이다. 마음 같아선 강 옆에서 유유자적하면서 책이나 읽고, 신부 같은 일이나 하고, 애들하고 가끔 웃음이나 웃어대면서 그렇게 살아가고 싶은 데 왜 그게 그렇게 안될까? 금방 소리도 없이 한 녀석이 이 글을 쓰고 있는 내 사무실에 들어와 이것저것 참견하고 한참을 내가 알아듣지 못할 언어로 수다를 떨고 간다. 그래도 밉지는 않다. 이 순간에 괜스레 웃음이 나게 만든 그 녀석이 고맙다. 참, 세탁기에 빨래 넣어놓았다. 빨래 털어 널러 가야겠다.


A-썩어질! (200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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