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헨리 나웬 신부(4)

“강의를 시작하는 그 순간까지도 난 여전히 빌과 ‘함께’ 강의를 한다는 것이 뭘 뜻하는지 몰랐었다. 허나 내가 입을 열기 시작하자마자 난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그래서 난 무척 기뻤다. 난 손수 썼던 강의록을 펼쳐들고 강의를 시작했다. 자기 자리에 앉아있던 빌이 바로 그때 일어나서 내 뒤편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런 행동은 사실 ‘함께 한다’는 의미를 빌이 나보다 훨씬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있었던 까닭이었다. 내가 강의록의 한 페이지를 끝낼 때마다 빌은 그 강의록을 받아서 연단 바로 옆에 있던 작은 책상에 가지런히 놓았다. 이 단순한 작업은 빌의 현존이 정말 나에게 도움이 되고 있음을 느끼게 하기 시작하였다. 아마 빌은 나보다 더 많은 것을 마음에 느끼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내가 돌을 빵으로 만들고 싶은 유혹에 관한 부분을 시작했을 때 빌이 모두가 들릴만한 큰 소리로 ‘나 그것 지난 번에 들었어’ 라고 소리쳤다. 물론 나와 함께 살고 있기에 그런 강의나 강론을 빌은 틀림없이 들었을텐데, 빌의 의도는 그저 나와 자기가 함께 살고 있고, 내 생각이나 생활에 대해 자기가 알고 있음을 청중에게 알리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 빌의 그러한 말은 내가 청중들에게 새로운 이야기인양 떠들어대는 것이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님을 깨우쳐주는 사랑에 찬 메시지였다. 빌의 개입은 청중들에게 무겁고 진지한 분위기를 일시에 좀 더 가볍고, 쉽고, 즐거운 강의가 되게끔 바꾸어 놓고 말았다. 빌은 다소 딱딱한 분위기를 한 순간에 날려버리고 편안한 일상사의 대화 순간으로 청중과 나 모두를 바꾸어놓고 말았던 것이다. 강의를 진행해 가면서 빌과 ‘함께’ 강의를 하고 있음을 더욱 느끼게 되었고 이는 멋진 체험이었다. 내가 강의의 두 번째 부분을 읽기 시작하면서 ‘내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정신지체 장애인들에게 가장 많이 제기되는 물음은 ‘당신은 오늘 밤 집에 있습니까?’ 하는 질문입니다’ 라는 대목을 읽을 때 빌은 다시 한 번 내 강의에 끼어들었다. ‘그 말이 맞아. 죤 스멜쳐가 언제나 그렇게 묻곤 하지’ 라고 말하고 나섰던 것이다. 빌은 사실 이미 죤 스멜쳐와 몇 년 동안 살고 있던 터라 그를 잘 알고 있었다. 빌은 그저 자기 친구에 대해 청중에게 알리고 싶었던 것이다. 이러한 빌의 두 번째 끼어들기는 청중들을 다시 한 번 우리 쪽으로 이끌어 우리 공동체의 생활과 친근하게 느끼게 했다. 내가 강의를 모두 마치고 사람들이 고맙다고 말하고 있을 때 빌이 내게 물었다. ‘헨리, 이제 내가 말해도 돼?’ 나의 내심 첫 번째 반응은 ‘어떡하지, 이 상황을, 어쩌면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릴지도 모르는데’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빌의 입장에선 별 중요하게 얘기할 꺼리도 없으리라는 생각으로 나의 선입견을 고치고 나서 청중에게 나는 ‘빌이 몇 마디 하고 싶답니다. 잠깐 앉아 주실 수 있겠습니까?’ 라고 요청했다. 마이크를 잡은 빌은 매우 떠듬거리는 어려운 상태로 ‘지난 번 헨리신부가 보스턴에 갔을 때 그는 죤 스멜쳐와 같이 갔었어요. 이번에는 나하고 같이 워싱턴에 온 거예요. 난 무척 기뻐요. 대단히 감사합니다’ 그 말뿐이었다. 그러자 청중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빌에게 큰 박수를 보내 누었다. 강연장을 빠져나오면서 빌은 내게 ‘헨리, 내 연설 어땠어? 괜찮았어?’ 라고 물었고 나는 ‘대단했어. 네가 말한것을 두고 모두가 무척 기뻐했지’ 라고 대답했다. 빌은 정말 기뻐했다. 강연장 밖에서 사람들이 음료수를 마시며 자유롭게 웅성거리고 있었는데, 빌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다니면서 자신을 일일이 소개하고 강의가 어땠느냐고 묻기도 하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새벽’ 공동체의 온갖 이야기를 떠벌리고 있었다. 한 시간 이상을 난 그가 어디 있는지 찾을 수도 없었다. 정말 빌은 모든 사람을 알기 위해 무척 바빠 있었던 것이다. 다음 날 우리가 떠나기 전 아침 식사 때 커피 잔을 손에 든 채 빌은 전날 저녁에 알게 되었던 모든 이에게 하나하나 작별 인사를 하고 있었다. 나보다도 빌에게 더 많은 친구가 생겼음에 틀림없었다. 그리고 집 밖의 비일상적인 그런 자리에서 그는 나보다 훨씬 더 많은 ‘집’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토론토로 돌아오던 비행기 위에서 빌은 그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들고 다니던 낱말 맞추기 게임집을 손에 들고서 내게 물었다. ‘헨리, 우리 여행 즐거웠어?’ 그래서 내가 ‘그럼, 굉장했지. 나에게 함께 와줘서 정말 고마워’ 라고 응답했고, 빌이 나를 찬찬히 되돌아보면서 ‘그러니까 우리가 정말 함께 해 낸 거지? 그렇지?’ 라고 다시 물었고, 비로소 나는 그 순간, ‘내 이름으로 둘 셋이 함께 모인 곳에 나도 함께 하겠노라(마태18,19)’ 하시던 주님의 말씀을 충만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과거에 나는 강의나 강론, 각종 수많은 연설들을 준비하면서 언제나 내 스스로 혼자 해냈었다. 가끔씩 나는 내가 했던 수많은 말들이 언제 어디서 얼마나 기억될까를 의아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온갖 말들이나 생각들이 사람들 가슴 속에 그렇게 오래 남아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안다. 그러나 빌과 내가 함께 했던 그 강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그렇게 쉽게 잊혀지지는 않을 것임을 믿는다. 우리를 함께 보내셨고 우리의 이번 여행 동안 내내 함께 하셨던 주님께서 참으로 이번 강의에 왔던 많은 이들의 삶에도 함께 현존하시길 기도한다. 비행기가 도착 했을 때, 난 ‘빌, 나와 함께 가줘서 정말 고마워. 여행이나 강의 모두가 정말 멋졌어. 우린 주님의 이름으로 이 모든 것을 함께 한 것이야’ 라고 빌에게 말했고, 그 말은 말 그대로 나의 진심이었다.”

바로 이 “주님의 이름으로”라는 책이 내가 밤새워 만났던 나웬 신부님과의 만남을 본격적으로 하게 했던 두 번째 책이었던 것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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