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와 가짜


진짜와 가짜


   작년의 가짜논문소동이 국제적 망신이더니 올해의 가짜소동 역시 참 가관이다. 가짜인지 아닌지를 그 자리에서 밝히기라도 해야겠다는 듯이 외국의 공항에서 가냘픈 여성을 에워싸고 실랑이 하는 모습이 되풀이 보도되고, 급기야 높은 곳에 계시는 분들의 비호와 수사, 소환까지 들먹여 진다. 여기저기서 봇물 터지듯 학력위조로 유명인이나 교수가 되었다는 소식도 끝없이 이어진다. 이웃나라에서는 골판지로 만두 속을 만들어 판다는 가짜 만두가 혀를 차게 하더니 그 내용자체가 사람들 시선을 끌어보려는 조작보도였다 하니, 식품점에서 원산지 속여 파는 정도는 거짓말도 아닌 거짓말인가 싶다. 달나라에 다녀왔다는 인류역사의 거창했던 사건마저 조작이었다는 논란이 아직도 있고, 어느 것이 진짜요 진실인지를 가려내는 “진실게임”이라는 프로그램이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다. 원시적인 가짜로서 동사무소가 불탔느니, 호적이 잘못되었느니 하면서 실제 나이가 많다고 뻥치는 내세울 것 없는 이들의 가짜 나이, 대화 소재가 궁한 남자들이 군대시절 특수부대요원이었다며 곧잘 으스대기 일쑤인 가짜 무용담,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친다는 가짜 먹거리, 유명상표를 손쉽게 도용하는 가짜 옷가지와 손가방, 위험천만한 환자용 짝퉁 링거액과 짝퉁 자동차, 가짜 비아그라니 가짜 다이어트 식품이니 하는 가짜 건강보조식품, 논문이나 학위 날조와 같은 제법 고상한 가짜, 국위 선양에도 한 몫을 하는 가짜 얼굴 만들기의 고난도 성형…, 헤아릴 수 없는 가짜의 진화와 역사는 종횡무진으로 참 놀랍다. 과연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를 진짜이고 오리지널이라고 할 수 있는지, 그 기준은 무엇이며 판단할 수 있는 자격은 무엇이고 또 누구인지, 적잖이 당황스럽고 혼란스럽기만 하다.


   어떤 사람의 이력이나 업적과 관련된 참과 거짓의 논쟁에는 닭이 먼저니 달걀이 먼저니 하는 식의 논란이 뒤따른다. 내용과 실력이면 되었지 상표나 이력, 졸업장, 학위 같은 것이 뭐가 문제냐 하는 주장이 있고, 그럼에도 그 기본자격증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있는데, 내용과 실력을 위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 내용과 실력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수용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갖춰질 때에만 설득력이 있고, 결과적인 증서가 중요하다는 논리 역시 ‘속이면 안 된다’ 하는 단순논리만으로는 부족하다. 공감할만한 사회적 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내가 가짜라고 해서 끼치는 피해와 파장이 얼마나 된다고 그러느냐 하기도 하고, 나는 가짜가 아닌 진짜인데 가짜로 매도한다며 끝까지 우겨대는 것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에너지 소모가 많다. 문제의 본질은 정작 그 윤리성에 있다. 사회적 공동선을 위한 마지막 근거와 기준으로 윤리적 진실을 포기하기 시작하면 우린 함께 살아갈 수가 없게 된다는 데에 그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소위 무늬만 같다 라든가, 결론과 결과만 같으면 된다고 하는 것은 결코 진짜가 아니며 진짜일 수 없고 진짜여서도 안 된다. 이는 ‘자유경쟁’으로 자신의 목적을 이루어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필히 공정해야 할 경쟁규칙이 망가지며,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된다는 데에 그 문제성이 닿아있기 때문이다.


   진짜와 가짜의 구별 방법은 무엇보다도 시간이라는 측정방법이 있는데, 이는 시간이 가면서 그 열매의 진위를 보아 알게 되는 방식이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이 나는 과정을 세월 속에 지켜보는 방법이다. 전문가의 식견에 의뢰하는 방법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가를 길러내고 발굴해 내려는 사회적 합의와 기준의 설정, 또 이를 위한 끊임없는 공동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또한, 너나없이 진짜만을 자주 접하려는 진지한 노력, 그래서 진짜만을 자꾸 접하여 생기는 통찰력을 길러야 한다. 진짜 같은 가짜에 휘둘리지 않고 가짜의 속내를 꿰뚫어볼 수 있는 통찰력 말이다. 옳지 않은 것을 가릴 줄 아는 감수성과 환경을 개발하고, 내 스스로 진짜로 남으려는 용기와 인내로, 세상의 가면을 부러워하는 법 없이 진짜로만 살아가고 싶은 욕구를 지속시키면서, 꿋꿋한 지조를 지켜가야 하는 것이다.(2007년 9월8일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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