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의 취임을 앞두고

이제 곧 새 대통령이 취임한다. 이쪽이나 저쪽이 아닌 모두에게 공유되어야 할 나와 같은 신분이 정치 얘기를 공공연하게 할 수는 없는지라 많은 제한이 있게 마련이지만, 그럼에도 이번 새 대통령이 취임한다는 사실을 목전에 두고는 정치 얘기를 하고 싶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곧잘 쓰는 말로 소위 ‘운동장 평의회’라는 것이 있다. 정작 칼자루를 쥐고 있는 높은 분들의 논의를 아랫것들이 운동장 구석에 옹기종기 모여 이러쿵저러쿵 상상해보고 추측해보는 낮은 곳의 여론 마당을 일컫는 말이다.

사람 만나는 것이 중요한 일과인 나로서 매일 접하는 이런 여론 마당을 통하여 새로운 정부와 대통령을 선택하게 된 이유들을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더니, 별의 별 말도 많고 이슈도 많았던 그동안의 정권에 대한 싫증, 후보들 중에 적절한 대안이 없었다는 사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말든, 뭘 해 먹든 말든 좌우지간 우리 국민들 좀 제발 잘 살게 해 주고 편안하게 살도록 해 주면 그만이니 후보들 중에 가장 그렇게 해 줄 가능성이 많아 보이는 후보를 골랐다는 등 대개 이런 의견들이었다.

이런 대답 끝에 사람들은 새로운 대통령을 두고 죄송하지만 후보시절에 눈도 찌부러지고 목소리도 영 아니더니 당선이 되고 나니까 인물이 달라져 보이고 나름대로 괜찮게 보인다는 말을 덧붙인다.

요즈음 기름값은 계속 올라가고 경제상황은 좋은 전망을 내놓기에 부정적이라는 보도들이 주류를 이루지만, 사람들은 취임하게 될 새 대통령이 우리나라 만큼은 잘 사는 나라로 만들어 줄 것 같고, 왠지 모두가 행복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나라로 만들어 줄 것 같다는 식의 높은 기대치를 보인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 기대치 속에 새로운 대통령은 금방 뭔가를 해낼 것만 같다. 대표적인 공약이라는 운하도 기어이 팔 것만 같다. 환경이 어떻고 개발이 어떻고 보존이 어떻고, 심지어 풍수가 어떻다 하더라도 부산에서 혹은 목포에서 서울까지 충청도를 가로질러 배타고 나다닐 수 있게 될 것만 같다. 그렇게 해서 운하가 이루어지면 어디에 쓸까 싶은 소나무만 가득하고 묏자리 쓰는 데만 활용되듯이 보이는 국토의 70%라는 우리 산들도 스위스처럼 쓸모 있고 운치 있는 산들로 변해 줄 것만 같다. 온 국민이 몇십년을 몸살 앓듯이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교육정책도 소위 자율에 맡겨 말끔하게 즉시 정리될 것만 같다. 애들이 학원에 가지 않아도 되고 사교육비가 가계의 부담이 되지 않아도 되는 세상, 공부하지 않아도 먹고 살기에 충분한 세상, 그러니 공부 할 녀석들만 공부하는 세상이 곧장 될 것만 같은 것이다.

그래도 난, 새로 들어설 대통령과 그 정부보다는 오히려 이런 상황이 계기가 되어 뭔가 마음들이 통하면 이상하다 싶을 저력과 기질을 발휘해내는 우리 국민들을 우선 믿고 싶다. 금 모으기 때가 그랬고 월드컵 때가 그랬으며 지난 정권이 들어서기 위해 하룻밤에 상황을 확 뒤집어 놓을 때가 그랬듯이 뭔가 우당탕 해 낼 것만 같은 사람들의 ‘마음’을 믿고 싶은 것이 먼저인 것이다.
위대한 국가는 위대한 지도자가 아니라 위대한 국민이 만들 수 있다는 만고불변의 상식을 믿기 때문이다. 새로운 정부와 대통령은 사람들의 그런 마음들을 북돋아주고 바람잡이 역할을 해 줄 수 있기를 기대할 뿐이다.

한편 뭐가 어떻든 잘 살 수만 있으면 그만일 뿐이라는 논리는 경계한다. 목적을 위해 과정과 수단이 무시되어도 좋다는 식으로 공동 사회의 기본적인 규칙들과 도덕이 무시되기 시작할 때 우리가 살아야 할 세상은 밀림이고 원시사회일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모든 것을 시장 논리에 내맡기는 이른바 시장경제의 원칙이라는 것은 두렵다. 처절한 경쟁사회에서 사회적 생존경쟁이 없이 살아왔던 나와 같은 사람에게도 경쟁의 논리가 적용될까 우선 두렵고, 언젠가부터 무한 경쟁이라는 말마디가 횡행하게 된 자본주의의 사회에서 그 극치를 달리고 싶어 하는 우리 사회에 효율성이나 수익성보다는 인간미와 나눔의 흐뭇함이 우선하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2008년 1월26일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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