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별

초록별

하늘에 떠있는 별들의 이야기이다. 은빛, 금빛, 노랑, 하양, 파랑, 초록…. 어느 날 이 형형색색의 별들이 모여 하느님께 하늘에서만 말고 땅에서도 살아보게 해주시라고 청했다. 위에서만 내려다보던 땅의 사정을 몸으로 체험하며 느끼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그렇게 하라 하셨다. 그 청이 허락되던 밤, 땅 위의 사람들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많은 별똥별을 보았다. 몇몇이 그 광경을 보기 위해 일부러 높은 곳에 올라가기도 하였고, 어떤 이는 개똥벌레와 반딧불이를 잡아 그 모습들을 흉내 내기도 하였다. 또 어떤 이들은 별빛을 본떠 빛깔을 내는 어린이들의 장난감이나 의상을 만지작거리기도 하였다. 그래서 세상은 갑자기 한참 동안 밝아지게 되었다. 그렇게 얼마쯤 지났을 때, 별들이 하늘로 돌아가겠다고 하였다. 하늘로 돌아가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고 하느님께서 물으시자 별들은 이구동성으로 땅 위의 사람들 가운데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폭력과 전쟁, 끔찍한 불평등과 불의, 끝없는 슬픔, 그칠 줄 모르는 미움, 사악함, 그리고 비리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별들에게 하늘의 제 자리로 다시 돌아오라 하셨다.

살아남을 두려움에 떨 올 한해

별들이 모두 잘 돌아왔나 살펴보시던 하느님께서 어떤 별 하나가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을 아셨다. 혹시 돌아오는 길을 잃어버리지 않았는지 염려하신 하느님께서 천사들을 보내시고 그 별을 찾으라고 명령하셨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별을 찾으러 떠난 천사들이 돌아와 하느님께 말씀드리기를, 그 별은 불확실과 고통, 슬픔과 외로움, 가난과 눈물이 있는 땅에 그대로 남아 살기를 계속 청했다 했다. 바로 초록별이라는 이름을 가진 별이었다. 초록별은 별명이 희망이라고 했다. 이야기를 전해 들으시던 하느님께서 세상이 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빛으로 빛나고 있음을 보시고, 초록별이 이미 혼자 외로운 별이 아님도 알고 흐뭇해 하셨으니, 이는 초록별이 사람들 마음 안에 조그마한 초록별의 조각들을 나누어 그 빛이 주변을 비추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해가 바뀌어 첫 주말을 맞는다. 사람들은 지나간 시간과 새롭게 다가온 시간의 의미를 새기고 그 시간에 기대를 담는다. 그럼에도 우리의 시간이 공허하고 뭔가 비어있는 것 같으며 채워져 있지 못하다는 느낌을 갖는다. 내일, 다음주, 다음달, 내년… 이런 식으로 언젠가 우리에게도 뭔가 좋은 일이 정말 일어날 것이고, 또 그럴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와 희망으로 오늘을 채워가며 살아가려 하기 때문일까? 오랜 세월 노력해 온 것들, 열심히 쌓아 올렸던 것들이 무너져 내린 순간들에 관하여, 불안 증세와 우울증, 알코올이나 도박의존증이 되지 않고서는 넘어갈 수 없을 것 같은 상실과 고난의 슬픔에 관하여, 너무나도 많이 들었던 해가 작년이었다. 그러나 그보다도 더 혹독한 아픔들이 다가올 것이라는 이야기들을 아직 심심찮게 들으면서 우리는 두렵게 새해를 맞는다. 어느 해 이맘 때 유행되었던 “부–자 되세요!”라는 덕담 아닌 덕담이나 “1년 내에 부자 된다”는 말씀 아닌 말씀은 그저 머나먼 철없는 소리가 되고, 어찌 살아남을 수 있을까를 전전긍긍하며 궁리해야 할 것 같은 두려움 속의 새해이다. 시간이 가면 언젠가 일은 정리되고 처리될 것이니 부자가 되는 것은 고사하고 어떻게라도 살아남아야 한다. 그렇게 살아남더라도 가슴에 남아 떠나지 않는 고통으로 앓게 될 상처들을 어찌할 것인가 싶어도 부디 희망을 놓지는 말아야 한다.

‘희망’이란 초록별을 생각하자

진정한 희망이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그 빛을 발하는 충만한 한 해이기를 빈다. 그 희망은 결국 모든 것이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자각할 수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 우리가 괜찮게 살아 왔던 날들에 대한 추억의 힘이 우리를 조금은 더 살아갈 수 있게 해 줄 것이니, 움켜쥔 두 주먹을 펼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심호흡을 하면서 슬픔은 기쁨이 되라 하고, 차가운 울분의 응어리는 따뜻한 사랑이 되라 하며, 씁쓸한 비애는 자애로움이 되라 하고, 두려움은 여유가 되라 하며, 미움과 잔인함은 넉넉함과 애틋함이 되라 외치면서 매일 매일 마음 다스리는 훈련을 해야 한다.(2009년1월3일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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