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피자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피자


토비아가 오라토리오에서 돌아오는 중에 피자 가게 앞 쇼 윈도우에서 멈춰 섰다. 그 앞에 멈추어 서서 토비아는 집에 영 돌아가기가 싫었다. 이미 지난 이틀 동안 집안의 식탁 분위기가 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아빠는 화가 나서 마치 식탁 위의 가재도구들을 몽땅 부숴버리기라도 할 듯이 화가 나 있었고, 엄마는 엄마대로 충혈 된 눈으로 아무 말이 없었다. 5살 박이 여동생 루치아 역시 겁먹은 눈동자를 이리 저리 굴리면서 엄마와 아빠 이쪽저쪽을 훔쳐보고만 있었다. 토비아만이 뭐라 중얼거리듯이 이리저리 말을 건넸지만 아무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렇게 피자 가게 앞을 지나면서 가게 앞에 멈추어 서서 각각의 피자의 내용들을 선전하는 문구들을 읽어보고 있는 참이었다. 첫 번째로 눈에 띄는 피자는 ‘조화 調和 harmony’라고 부르는 피자였다. 토비아가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카운터 넘어 늙수그레한 할아버지 주인장께서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안녕!”하고 인사를 해왔다. 토비아는 “저기 저 ‘조화’라고 하는 피자 한 판을 패밀리 사이즈로 오늘 저녁에 예약하고 싶어요.”라고 말을 건넸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토비아를 물끄러미 바라보시다가 알았다는 듯이 “좋아, 피자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밀가루와 몇 가지 기본적인 것들만 내가 준비할게. 넌 집에 돌아가서 제일 좋은 그릇을 준비해가지고 네가 생각할 때 절대로 빠져서는 안 되는 것들이라고 여겨지는 것들만을 구해 오거라. 그 다음에 내가 맛있고 멋진 피자를 만들어주지.” 그렇게 할아버지와 몇 마디 말을 더 나눈 토비아는 달려서 집으로 돌아갔다.



엄마가 보니 쏜살같이 집에 돌아온 토비아가 곧장 부엌으로 가서는 엄마가 아끼는 하늘 색 플라스틱 양동이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토비아는 양동이에 코를 박고 뭐가 묻지나 않았는지 이리저리 살폈다. 그리고 엄마에게 “엄마, 엄마. 여기 제가 들고 있는 양동이에 뽀뽀 한 번만 해 주실래요?” 다소 의아스러웠던 엄마는 별 어려운 일도 아니었기 때문에 양동이에 그냥 뽀뽀를 한 번 해 주었다. 그러자 토비아는 그 양동이를 들고 다시 쏜살같이 뛰어나갔다. 그때부터 토비아는 자기가 구할 수 있는 온갖 좋은 것들을 모으기 시작하였다. 밭에서 깨끗하고 신성한 노동의 결실인 채소를 구했고, 고운 숲속의 맑은 샘물을 구했으며, 해가 지는 하늘에서는 뭐라 형언할 수 없는 붉은 노을의 빛깔을 구했고, 할머니로부터는 진실한 기도를 구했으며, 물론 할머니로부터 사랑스럽게 쓰다듬어주시는 손길도 구했고, 동생 루치아로부터는 예쁘고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그림자를 구했으며, 금붕어의 몸짓을 구했고, 사랑스러운 강아지의 재롱도 담았으며, 약간 피곤하지만 믿음직스러운 목소리로 가끔 “좋아, 좋아!”하시는 아빠의 기분 좋은 한 마디도 담았다. 그렇게 숨이 차도록 좋은 것만을 담아 가득 채운, 이상하게 무거운 양동이를 들고 토비아는 피자 가게로 돌아왔다.



이 모든 재료들을 꼼꼼이 살펴보신 피자가게 주인장 할아버지께서는 “참 잘했다. 어디서 이 좋은 것들을 다 구했지? 그렇지만 꼭 필요한 한 가지가 빠졌구나.” 하셨다. “그게 뭔데요?” 하고 토비아가 묻자 “무척 단순한 것이지. 그건 바로 너의 멋진 미소 하나야.” 그 말을 들은 토비아는 공손하게 무릎을 꿇고 앉아 자기가 떠온 고운 샘물을 바라보며 멋진 미소를 지었다. 그 모든 것들을 구하느라 숨 가쁘게 뛰어다녔던 순간들을 모두 한 순간에 담아내는 아주 멋진 뿌듯함의 미소였다. 주인장 할아버지께서는 모든 재료들을 당신이 준비한 도우 반죽 위에 부었다. 그리고는 반죽을 시작했는데, 정성스럽게 주무르고 홍두깨로 밀고 쳐대는 수십 수백 번의 동작을 되풀이했다. 그리고 마침내 피자를 굽는 화덕에 넣었다. 아주 아주 맛있는 피자 익는 냄새가 순식간에 온 가게 안을 채웠다.



이렇게 피자를 완성한 토비아는 사람들이 길을 비켜주어야 할 만큼 큰 피자 박스에 피자를 담아 들고 집으로 돌아와 현관문을 들어서면서, “엄마, 엄마. 식구들 저녁은 아무 것도 준비하실 필요가 없어요. 제가 피자를 준비해 왔거든요.”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렇지만…” 뭔가 말을 하려던 엄마는 이윽고 맛있고 근사한 냄새가 온 집안을 가득 채우는 피자 박스를 보았다. 박스를 열고 피자를 보던 루치아는 손뼉을 치며 “와, 굉장한 피자네!”하고 연발 감탄을 해댔다. 뭔가 불만이 아직 가시지 않은 아빠도 식탁에 앉았다. 그러나 맛있는 냄새와 모양을 갖춘 피자가 있는 것을 보고는 이내 얼굴이 풀어지면서 미소를 머금었다. 이렇게 냄새가 훌륭하고 좋은 피자라면 맛은 더욱 더 훌륭하고 좋은 피자임에 틀림없다고 루치아가 가끔 말하던 그대로였다.



온 가족이 그렇게 웃고 떠들며 언제 다 먹었나 싶게 큰 피자를 다 해치우며 저녁을 마쳐갈 때였다. 아빠의 손이 자연스럽게 엄마의 어깨 위에 올라갔다. 그리고는 토비아와 루치아에게 “너희들, 이렇게 예쁜 엄마를 어디 다른 데서 본 적이 있니?” 하셨다. 토비아에게 다시없는 행복한 저녁이었다.



바로 오늘 저녁 식구들을 위해 하늘 색 빛깔을 띤 양동이를 들고 나서야겠다.(2013년 2월14일, ‘살레시오 가족’ 지 이태리어 판 2013년 1월호 마지막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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