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돌 두 개의 이야기


푸른 돌 두 개의 이야기





주먹 크기만 한 돌멩이 두 개가 있었다. 여느 돌멩이들 같았지만 나름 아주 다른 돌멩이들이었음에 틀림없었다. 그 돌멩이들은 좌판과도 같은 커다란 수십 개의 판에 나뉘어 깔려있었던 크고 작은 수많은 다른 돌멩이들과 함께 어느 판 위에 놓여있었는데, 그 두 개의 돌멩이들은 단연 돋보이는 존재들이었다. 이는 그 돌멩이들이 가진 빛깔 때문이었다. 그들은 실로 말로 형언하기 힘들만큼 오묘한 푸른빛을 내는 돌멩이들이었다. 그들도 나름대로 자기들만이 내는 빛의 신비함을 알고 있었고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눈만 뜨면 그저 다른 돌멩이들을 바라보면서 으스대기에 충분한, 또 그럴만한 그런 돌멩이들이었다. 두 돌멩이들은 서로 ‘분명 우리는 하늘의 자녀들이기에 하늘의 빛깔을 띠고 있는 게 틀림없어!’ 하는 말들을 주고받으면서 끝도 없는 하늘의 이야기를 끝도 없는 상상 속에 그려보고, 그에 관한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이 주요 일과였다. 행여 다른 돌멩이들이 그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옆으로 다가올라치면, ‘어느 정도 거리를 좀 두시는 게 좋지 않을까? 우리는 여러분들과는 약간 다른 푸른 피를 가진 종족이니 말이야.’라고 말하면서 은근한 뻐김을 즐기는 것도 그들의 일상이었다.

어느 날 그들의 대화 주제가 장차 무엇이 되어 어떤 미래를 살게 될 것인가에 이르게 되었을 때였다. ‘분명 우리는 다른 여러 색깔과 찬란한 빛을 띠는 돌들과 함께 정교하게 다듬어져 지상의 모든 것들이 우러러보며 머리를 조아리게 되는 임금님의 왕관을 장식하게 되거나, 아니면 가장 찬란한 금으로 우리 몸을 둘러 치장하고 마침내 귀한 귀부인의 손가락에 끼워져 사랑받는 약속의 징표인 반지가 되거나 그와 같은 목걸이가 되어 있을 거야!’라는 것이 그들이 내린 결론이었다. 그렇게 미래에 대한 행복을 꿈꾸던 시간이 가고 있던 어느 날, 마침내 누군가가 커다란 상자에 여러 돌들과 함께 그 두 개의 푸른 돌들을 담았다. 푸른 두 개의 돌들은 다른 돌들과 함께 한 상자에 뒤엉키는 것이 못내 못마땅하였지만, 그저 잠시일 뿐이니 견딜만할 것이라고 자위하며 마침내 자기들이 꿈꾸던 운명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끈끈한 접착제와 같은 시멘트 범벅이 된 어떤 손이 그 두 개의 돌들을 각각 집어 들더니 함께 쏠려왔던 수많은 돌들 사이에 처박아놓고 마는 것이었다. 어떻게 달리 손쓸 겨를도 없이 꼼짝없이 벽에 못 박히듯 그렇게 벽에 고정되어 버린 돌들은 순간의 놀라움에 놀랄 새도 없이 그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속절없이 가고 세월이 자기 길을 갔다. 두 돌멩이들에게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처절한 상황의 날들이었다. 화가 치밀어 어찌할 바를 모르는 그들이 생각하는 것은 오로지 무슨 수를 쓰든 그 상황을 피해 도망을 가야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가면서 굳어버린 시멘트의 강도를 벗어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도 두 돌들은 도망쳐 살 길을 찾아보자고 용기를 잃지 않으려 노력했고 또 노력했다.

어느 순간 그들 주변을 타고 내리던 미세한 한 줄기 물줄기에 말을 걸고 친해지는데 성공했다. 그리고는 물줄기에게 벽과 자기들 사이를 흘러가 달라고 부탁을 하였고 그렇게 해서 그 지긋지긋한 벽채를 벗어날 수 있게 해 달라고 간절히 애원하였다. 그렇게 또 얼마간의 세월과 시간이 지나간 뒤에 두 돌멩이들은 어느 날엔가 스스로 조금씩 움직여질 수 있게 되는 것을 느꼈다. 안간힘을 쓰면서 두 돌멩이들이 여전히 탈출을 꿈꾸던 길고 긴 어느 추운 겨울밤이었다. ‘뚝!’하는 소리와 함께 마침내 두 돌멩이들이 바닥으로 떨어져 굴렀다. 바닥에 떨어져 부딪히는 아픔을 느낄 새도 없이 그저 ‘드디어 우리는 자유다!’라는 외침과 함께 자신들을 가두어두었던 벽을 치켜 올려다 보았다. 마침 둥근 보름달이 커다란 창문을 통해 벽을 비추고 있었다. 그 벽에는 세상 그 어느 곳에서도 본 적이 없이 아름다운 모자이크가 온 벽을 꽉 채우고 있었다. 그 모자이크가 수많은 형형색색의 다른 돌들과 함께 그려내고 있던 작품은 바로 온 세상의 창조주, 우주의 섭리자이신 우리 주 예수님이었다. 그런데 푸른 돌들이 바라다보며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던 찬란한 모자이크가 어딘지 좀 이상하게 보이는 것이었다. 모자이크가 그려내고 있는 예수님이 마치 눈이 먼 소경처럼 느껴지는 것이었다. ‘왜 그렇지?’하며 되새겨보는 순간 푸른 돌들은 ‘아차!’ 싶었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고 말았다는 것도 순간 감지하였다. 영롱한 빛을 내던 두 돌멩이들 자신들이 바로 그 예수님의 두 눈동자였던 것이다.

수많은 세월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예수님의 이 두 눈동자에 자기들의 눈을 맞추려고 시도했을 것이며 그 눈을 보고 꿈과 희망, 그리고 감사를 담아 기도했을 것인가를 생각하는 순간 두 돌멩이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또 흘릴 뿐이었다. 후회와 통회의 그 눈물 때문인지 어느 순간 두 돌멩이의 몸이 서서히 조각나고 부서지고 있었다. 그렇게 날이 밝았을 때 성당을 청소하는 이가 빗자루를 들고 바닥을 쓸더니 온갖 먼지와 잡동사니들과 함께 부서진 두 돌멩이들도 쓰레받기에 쓸어 담아 쓰레기통에 내다 버렸다.(2013년11월6일 ‘살레시오 가족지’ 이태리어판 2013년 9월호 맨 마지막 쪽을 읽고 생각을 얻어 반은 번역하고 반은 나름대로 창작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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