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독신자

거룩한 독신자

로마라는 도시는 참 오래된 도시이고 또 복잡한 도시이다.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수많은 관광객들, 자동차들, 이곳 저곳의 커피향기, 떠들썩한 로마사람들 특유의 제스처와 얘깃소리들, 심지어 길거리 여기저기를 누비는 수많은 도둑고양이들에 이르기까지 이렇게 복잡한 도시가 또 있을까 싶다. 그런 고도古都에는 유별나게 성당들도 많다. 그런데 그 어느 성당이든 성당 문을 열고 들어서면, 금방 그렇게도 복잡다단한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죽은 듯이 고요한 침묵의 공간을 만나게 된다. 문 밖과 안이 이렇게 차이가 날까 싶다. 여러 가지 잡음도 소음도, 또 성급한 움직임도 없는 조용한 공간이다. 이 도시가 이렇게도 오랜 세월동안 활기찬 도시일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죽은 듯이 보이는, 비어있는 듯이 보이는 이 침묵의 거룩한 공간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이런 비유로 거룩한 동기에 의해 홀로 독신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게 된다. 지구라는 이 별 위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생기발랄함과 활력을 위해, 죽은 듯이 빈 여백의 거룩한 공간의 역할을 살아야 하는 것이 거룩한 독신자의 몫은 아닐까?

그런 의미로 세상 안에서 고요한 침묵의 공간을 사는 자들이 바로 거룩한 독신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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