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잘거릴 첩喋

‘첩喋’이라는 글자가 재미있다. ‘입 구口’가 붙어있음에서 짐작 가듯이 입으로 무엇인가를 재잘거리는 상황을 묘사한다. 때에 따라서는 ‘쪼아 먹을 잡’이라고도 한다. ‘입 구口’가 붙어 그런 뜻이 있는가보다 할 수 있지만 조금 더 새기기 위해서는 그 오른 쪽에 붙어있는 ‘나뭇잎 엽枼’도 살펴보아야 한다.

‘뽕나무 상’이라고도 하는 ‘나뭇잎 엽枼’은 ‘枽’과 같은 글자인데 ‘나무 목木’ 위에 ‘세상 세世’가 올라앉아 있다. 이쯤 되면 ‘아, 나무 위에 주둥이들이 올라앉아 재잘거리는 것’이구나 하고 상상하지만 문제는 왜 하필 ‘세상 세世’가 올라앉아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게 마련이다. 재잘거리기를 좋아하고 쓸 데 없는 말로 떠들기를 좋아하는 세상이 마치 나무 위에 올라앉아 지저귀고 짹짹거리는 새들 같아서 그런가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세상 세世’는 나뭇가지에 붙어있는 잎사귀들을 본떠서 만든 상형글자로서, 원래 ‘세世’는 잎이라는 의미였으며, 나뭇가지에 나뭇잎이 떨어지면 새 나뭇잎이 나는 모습을 세대가 교체되는 것으로 연상하여 나중에 ‘세대’라는 의미도 갖추게 되었다 한다. 허나 원래는 나무 목 위에서 잎이 나불대는 모양으로 만들어진 글자인 셈이다. ‘나뭇잎 엽枼’은 나중에 좀 더 구체적으로 ‘풀 초艹’를 머리에 얹어 ‘잎 엽葉’이라는 글자로 잎의 의미를 대체하게 되었다.

이런 내력을 가진 ‘나뭇잎 엽枼’에 앞에서 말한 대로 ‘입 구口’를 붙이면 ‘재잘거릴 첩喋’이 되고, ‘말씀 언言’을 붙이면 함부로 말하고 몰래 일러바치는 ‘고자질 할 첩諜’이 되며, ‘조각 편, 절반 반片’을 붙이면 ‘편지 첩牒’이 되고, ‘눈 목目’을 붙이면 바로보지 못하고 ‘눈을 감을 첩䁋’이 된다.

한참 더운 여름이다. 곧 지나가리라 하는 기대로 견디는 여름이지만, 아직도 하늘을 쳐다볼 수 없을 만큼 따끈하게 내리쬐는 햇빛에 나뭇잎들은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고 반짝거리면서 잎사귀마다 자기 얘기를 나불대는 것 같고, 가지 사이사이마다 새들이 찾아들어 짹짹거리며 바쁘다. 그래서 ‘재잘거릴 첩喋’이 떠올랐지만, 이내 “사람들은 자기가 지껄인 쓸데없는 말을 심판 날에 해명해야 할 것이다.”(마태 12,36)하는 말이 떠올라 주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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