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쁠/기뻐할 흔欣

‘기쁘거나 반가워 기분이 좋다’는 것을 묘사할 때에 ‘흔연欣然하다’ 하고, ‘흔연스레’라고 하면 ‘기쁘거나 반가워 기분이 좋은 듯하여’라는 뜻이 된다. ‘기꺼운 마음으로 누군가를 잘 대접’하는 것을 ‘흔연대접欣然待接’이라 하고, ‘기쁘고 유쾌함’을 일컬어 ‘흔쾌欣快’라고 한다. 그래서 ‘흔희欣喜’는 ‘환희歡喜’와 같은 말이고, ‘흔감欣感’은 ‘기쁘게 여기어 감동함’을 표현하고, ‘흔희작약欣喜雀躍’은 ‘몹시 좋아서 뛰며 기뻐하는 것’이며, ‘흔흔欣欣하다’는 ‘매우 기쁘고 만족스럽다’는 말이 된다. 참고로, 이 말은 ‘훈훈薰薰(항초 훈)하다’라는 말과는 다른 말이다.

어떤 이는 이러한 말들의 앞머리인 ‘기쁠/기뻐할 흔欣’이라는 글자를 빙자해서 우리말의 ‘흔들다, 흔들대다, 흔들리다’라는 말들이 ‘기쁠 흔’과 어깨가 들썩거리는 상태를 묘사하는 ‘들썩이다’에서 파생되었다고도 하지만 이는 억측이다. 국립국어원에 의하면 ‘흔들다’는 순우리말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기쁠/기뻐할 흔欣’이라는 글자는 ‘도끼 근斤’이라는 글자와 ‘하품 흠欠’이라는 글자가 더해져서 이루어진다. ‘도끼 근斤’은 오른 쪽으로 90도를 돌려놓고 볼 때에 도끼의 머리(가로 획)와 도끼의 자루(세로 획)가 나무를 내려치는 모습이다. 그렇게 도끼로 나무를 내려치면 나무가 갈라지고 틈새가 벌어지거나 뻐개진다. 기뻐서 크게 웃을 때에도 입이 크게 벌어져 웃는다. 옆에 붙어 있는 ‘하품 흠欠’ 역시 사람 위에 입을 크게 벌린 모습을 얹어 놓았다. 하품은 하지 않으려고 해도 절로 입이 벌려 하는 큰 호흡이다. 그래서 ‘기쁠/기뻐할 흔欣’은 마음이 무척 들떠서 나도 모르게 입을 크게 벌려 웃는 상태이다. 틈새가 벌어지는 ‘도끼 근斤’ 쪽에 좀 더 무게를 두어서 ‘(실실 웃으며) 쪼개다’는 말이 나왔을까?

몇 달 전 언젠가 구순 잔치를 지내신 어르신께서 지난 한 달여 동안 몰라보게 웃음을 잃으시고 체중이 빠져나가는 듯하였다. 모셔다 좋아하시는 우거지 갈비탕을 대접해드리면서 억지로라도 자꾸 웃으시라고 했다. ‘그 동안 살만큼 살아서 좋은 꼴 많이 봤으니 괜찮다. 새로 오신 신부님께 힘이 되어드리지 못해서 죄송하다’ 하셨다. 마음이 아팠다.

인생을 살다 보면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나는 때가 있고 가만히 있어도 웃음이 나는 때가 있지만, 슬퍼도, 울고 싶어도, 억지로라도 웃어야 복이 온다. 그래야 죽지 않고 산다.

‘기쁠/기뻐할 흔欣’과 음과 뜻이 같은 글자들로서 ‘기뻐할 흔忻’은 ‘마음 심忄’과 합하여 마음이 기쁜 것이고, ‘기뻐할 흔訢’은 ‘말씀 언言’을 붙여 너에게서 나오고 나에게서 나가는 말이 기쁜 것이며, ‘화끈거릴 흔炘’은 ‘불 화火’를 더해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기쁜 것이고, ‘기쁠 흔盺’은 ‘눈 목目’과 어울려 눈에 한가득 웃음이 가득하여 눈웃음치며 기뻐하는 것이다.

창세기의 사라는 하느님의 축복을 받아 90이 된 나이에 “하느님께서 나에게 웃음을 가져다주셨구나. 이 소식을 듣는 이마다 나한테 기쁘게 웃어 주겠지.”(창세 21,6)하고 말했지만, 지혜로운 자는 “어리석은 자의 웃음은 솥 밑에서 타는 가시나무 소리 같으니 이 또한 허무이다.”(코헬 7,6) 하고, “미련한 자들의 말은 남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그들의 웃음소리는 방탕한 죄악에서 나온다.”(집회 27,13) 하였다. 세상에는 비웃음도 많고 코웃음도 많으며 떠보고 속이는 웃음 또한 많지만, 올바르게 살아서 “우리 입은 웃음으로, 우리 혀는 환성으로 가득하였네.”(시편 126,2)하며 웃는 이들에게는 웃음이 끊일 날이 없다.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신 그 날에 천사는 “기뻐하여라!”(루카 1,28) 하는 말로 그 소식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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