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애愛=㤅=爱

‘사랑 애愛’라는 글자를 두고 쉽게 말해 ‘받을 수受’ 가운데에 ‘마음 심心’이 들어있으므로 서로 마음을 주고받는 것이 사랑이라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이 있고, 또 愛라는 글자를 위에서부터 풀어헤쳐 ‘손톱 조爪’ + ‘덮을 멱冖’ + ‘마음 심心’ + ‘천천히 걸을 쇠夊’의 합자로 풀이하면서 사랑에 빠져 넋이 나갈 정도로 입을 크게 벌린(爪) 사람(人→冖)이 가슴의 심장(心)이 강조된 채로 걸어가는(夊) 모습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는 조금 어색하다.

‘사랑 애愛’라는 글자는 원래 ‘사랑 애㤅(지금도 같은 음과 뜻으로 통용)’라는 글자가 먼저였거나 같은 글자였으며, 훗날 밑에 ‘천천히 걸을 쇠夊’를 붙여쓰기도 했다 한다. ‘사랑 애㤅:愛’라는 글자의 윗부분, 오늘날 글자의 ‘마음 심心’ 윗부분인 ‘목멜 기旡(없을 무)’는 밥상 앞에 있는 사람의 모습이다. 밥상 앞에서 목이 메도록 밥을 이미 먹고 관심이 없어 고개를 돌린 모습이지만(이를 가슴이 뻐근하게 명치 끝이 시리고 목이 메는 사랑의 속성이 담겼다고 풀기도 한다), ‘사랑 애愛’자에서는 고개를 다시 돌려 반대로 밥상을 바라보듯이 계속 관심으로 바라보는 모습이다. 거기에 ‘마음 심心’을 더하여 마음이 어느 쪽을 향하여 돌아서 있다는 뜻을 담는다. 밑에 붙이게 된 ‘뒤져 올 치, 뒤져 올 종夂’은 훗날 추가된 셈인데, 夊와 ‘멈출 지止’는 원래 같은 글자이다가 나중에 뜻이 갈라졌으므로 ‘사랑 애愛’의 夂 역시 ‘멈추다, 그치다’라는 뜻으로 보아서 일정한 대상에게 마음이 쏠려 머문 상태라 하겠다. 아니면 관심이 쏠려있는 어떤 이 앞에서 머뭇거리고 쭈뼛거리면서 이래저래 발걸음을 차마 떼지 못하는 상태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행주치마 입에 물고 입만 뻥긋하는 고전적인 사랑 타령일 뿐이고,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그런 사랑은 사랑도 아니고, 미치도록 누군가가 좋아서 그에게 깊숙이 다가가 그의 마음 구석구석을 샅샅이 살피고 싶은 것이 사랑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어떤 이는 ‘기旡’라는 글자의 머리 부분이 ‘손톱 조爫’이고 발 부분이 ‘민갓머리冖’로 잘못 옮겨져 지금과 같은 모양이 되었다고 하기도 하는가 하면, 고문古文에서는 심장(心)을 손에 들고 크게 벌린 입으로 사랑을 하소연하는 그림으로 이 글자를 풀이하기도 했다 한다.

다른 여타의 사랑에 관한 개념과 철학적 사유를 제외한 인간사의 범주에서만 볼 때(사실 그것이 가당키나 한지는 모르지만), ‘사랑 애愛’라는 글자에는 이처럼 누군가를 향한 관심과 마음, 그리고 그에게로 향하는 발걸음이 담겼다. 사랑을 두고 우리 말에서도 곧잘 ‘사랑(사랑하다)’와 ‘삶(살다)’ ‘사람’이 모두 같은 어원에서 비롯되었다느니, 서양말인 영어의 love나 live도 철자 하나 차이일 뿐으로 똑같다느니 하는 말들을 한다. 이렇게 보면 사람이 사는 것 자체가 사랑이고, 이것은 동서양을 막론한 인간 본연의 삶인지도 모른다.

누가 발명했는지 도무지 모를 사랑이라는 것은 스스로 자신을 밝혀 말하지만, 지고지순하고 애틋한 사랑만이 아니라, 부끄럽고 못된 사랑도 사랑이고, 저속하고 유치하게 보이거나 우습게 보이는 사랑도 사랑이며, 남몰래 평생을 가슴앓이하며 숨어서 한 사랑도 사랑이고, 평생을 눈물 흘리며 미워하는 것도 사랑이다. 나를 되찾게 하는 사랑도 있고, 나보다도 더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랑도 있으며, 평생 해로偕老하는 사랑도 있고, 위험한 사랑도 있다. 늘 새로운 사랑의 그 가치는 어느 것이 더하고 덜한 것이 결코 아니니, 위대한 사랑이 따로 있고 어리석은 사랑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 말고 다른 이의 사랑을 평가하거나 값을 매길 자격은 그 누구에게도 없다. 누구에게나 나만의 사랑이 있고, 나만의 사랑에 대한 이유와 사연, 그리고 정당성이 있으며, 누구에게나 사랑의 능력이 있다. 사랑은 그 어느 쪽에서 보더라도 항상 서로 닮아 똑같고 누구에게나 가치가 있는 절대적인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아름다운 사랑이라도 어떨 때 치수가 너무 작아서, 한 사람만을 위한 자리만이 있어서, 서로를 구속하고 옥죄는 속성을 지닌다. 그래서 사랑은 행복하면서도 아프고, 희열이면서도 슬픔이며, 설렘이면서 두려움이고, 벗어나고픈 질병이면서 앓고 싶은 질병이며, 지옥에 떨어트릴 수도 있고 천국에 들게도 한다. 사랑은 어쩌면 정확히 이러한 반반의 얼굴을 동시에 지닌다. 이렇게 이율 배반처럼 보이는 사랑은 모순 속에서 더욱 강해지고 아웅다웅 티격태격 속에서 보존되고 변형되어 아름다운 꽃과 보석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 길들지 않는 야성이 된다. 사랑은 통제하려 들고 가두려 할 때 튕겨 나가 서로에게 몹쓸 상처를 입히기까지 한다. 그래서 사랑은 서로를 껴안으려 하면서도 숨을 조른다. 사랑은 목이 메면서, 목 매인 채로 오래도록 걸어간다. 사랑은 결국 마음의 일이어서 글자 한가운데에 ‘마음 심心’을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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