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슬픈 것이어서

어느 아름답고 평화로운 마을이 있었습니다.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그 마을에는 촌장 격이 되는 어른이 한 분 계셨는데, 그분은 참 훌륭한 분이어서 모든 마을 사람들이 그분을 의지하며 따랐습니다. 그래서 마을은 어느 때나 평온하였고 행복하였습니다. 그 어른께는 아들들이 셋 있었는데 그 아들들도 무척 재주가 많고 착했습니다. 첫째는 양을 보살피는 데에 아주 뛰어난 실력을 지녔으므로 마을 사람들이 첫째의 도움을 받아 너나없이 양들을 기르며 먹거리 걱정이나 의복의 걱정 없이 살아갈 수가 있었습니다. 둘째 아들은 나무와 식물을 기르는데 천부적인 재주를 가졌으므로 마을에는 숲이 울창하였고 온갖 꽃들과 열매들이 풍성하였으며 항상 맑은 물과 샘이 솟아나는 곳이 되었습니다. 셋째는 품성이 바르고 유쾌하였으며 흥이 돋으면 춤을 추고 노래를 불러 만나는 이마다 어울리는 곳마다 잔치 마당이 되게 하였습니다.

이렇게 완벽한 3박자로 부족함이 없이 행복하게 살아가던 마을이었는데, 어느 날 마을의 어르신께서 부득이한 사정으로 먼 나라에 오랫동안 길을 떠나셔야 할 일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길을 떠나시는 어르신을 눈물로 배웅하며 속히 돌아오시기를 기도한다고 하였습니다. 어르신도 곧 돌아오겠다고 하시고는 특별히 아들 삼 형제를 불러 지금까지 그러했듯이 너희 셋이 힘을 합하면 마을에 어떤 우환이 닥쳐도 끄떡없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어르신이 떠나고 난 뒤에 한참 세월이 흘러 어르신께서 마을에 다시 돌아오시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마을은 완전히 황무지로 변해버렸고 전혀 다른 곳이 되어서 예전의 모습을 도무지 찾을 길이 없었습니다. 깜짝 놀란 어르신께서는 아무도 없는 황량한 곳에서 한참을 헤맨 끝에야 어느 계곡 쪽에서 아버지를 기다리며 울고 있던 몰골이 형편없이 변해버린 삼 형제를 간신히 찾아낼 수가 있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물으시는 아버지 앞에서 첫째가 대답했습니다. 아버지가 떠나신 얼마 후에 혹심한 기근이 닥쳤고 먹을 것이 없이 굶주리던 마을 사람들은 양들을 잡아먹기로 하였고, 배고픈 사람의 입은 끔찍하고 무서운 것이어서 당해낼 수가 없으니 결국 양들이 모두 없어진 마을이 되어갔다는 것입니다. 아버지께서는 사람은 살아야 하니 당연히 그러했어야 했다고 하시며 오히려 첫째를 위로하셨습니다.

이어서 둘째는 아버지가 떠나시고 기근을 맞아 양들이 없어져 갈 무렵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번에는 사상 최악의 추위가 찾아왔었는데, 그러자 사람들이 추위를 피하려고 나무를 베기 시작하였고, 포유류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털이 없는 동물이랄 수 있는 사람은 너무나 추위에 민감하여 그렇게 하나둘씩 나무와 숲이 사라져갔다는 것이었습니다. 눈물짓는 둘째 앞에서도 아버지께서는 함께 눈물지으시며 인생에서 춥고 배고픈 것만한 것이 또 어디 있다더냐 하시고 둘째 역시 해야 할 일을 했다고 꼭 껴안아 주셨습니다.

마침내 셋째 차례가 되었습니다. 천부적인 명랑함과 흥으로 사람을 기쁘게 하던 셋째는 시무룩한 얼굴로 배고픔과 추위로 고생하던 사람들에게 어떻게 춤을 추고 노래를 하자고 할 수 있었겠느냐며 도저히 그럴 수가 없어서 한쪽에서 조용히 울고만 있었노라며 아버지를 바라보았습니다. 셋째의 말을 들으신 아버지께서는 셋째를 측은한 얼굴로 바라보시며, 나와 우리 가족, 그리고 마을이 좋은 때만을 살았으므로 너에게 인생은 깊은 슬픔 중에서도 춤추고 노래해야 한다는 것을 미처 가르치지 못했고, 또한 인생은 존재론적으로 슬픈 것이어서 서로 손잡고 기쁨으로 살아갈 때만 살아지는 것이라는 것을 미처 알려주지 못했으니, 자식들 앞에서는 언제나 죄인이고 한없이 못난 아비의 탓이라고 말씀하시며 먼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 셋째와 함께 눈물만 흘리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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