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그늘 음音

‘소리, 그늘 음音’은 원래 ‘말씀 언言’과 같은 글자에서 출발한다. ‘소리’와 ‘말’을 따로 구별하지 않다가 이를 서로 구별하기 위해서 ‘말씀 언言’의 ‘입 구口’에 ‘하나 일一’을 더함으로써 ‘말씀(말)’과 구별되는 ‘소리’를 나타낸다. 소리(音)와 구별되는 ‘말씀 언言’은 ‘매울 신辛’과 ‘입 구口’가 더해져 만들어진 글자인데, ‘매울 신辛’이 손잡이가 달린 쇠꼬챙이처럼 끝이 뾰족한 것을 가리키므로 얼굴의 구멍인 입(口)에서 나가 누군가 상대방에게 꽂히는 매서운(辛) 말이라고 풀이하기도 하는데, 대개는 입에 물고 부는 나팔과도 같은 악기를 그렸거나 입에서 퍼져나가는 말 자체의 형상을 묘사했다고 한다. 잔소리, 군소리, 흰소리(터무니없이 떠벌리는 말), 헛소리, 말 같은 소리에서처럼 소리와 말이 동의어로 쓰일 때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사람의 생각이 입을 통해 조직적으로 전해지는 말이나 말씀은 言이라 하고, 사람의 입을 통해 그저 나오는 소리나 그 밖 삼라만상의 소리를 통칭하여 音이라 할 것이다.

소리는 분명 말보다 먼저였다. 사람도 울음소리로 인생을 시작하여 점차 말을 하기 시작하니 말이다. 그리고 말 다음에 말이 기호가 된 글이었을 것이다. 소리는 땅의 소리, 하늘의 소리, 그리고 사람의 소리일 것이다. 그리고 그 소리가 어우러져 빛이 되고 어둠이 되며, 있는 것들의 꼴이 되고, 서로에게 기억과 존재 이유가 된다.

땅의 소리는 꽃과 새싹의 소리, 폭포와 불, 그리고 하늘을 맞는 땅의 소리, 계절과 얼굴을 바꾸는 소리, 땅에 인연을 맺어 발 디디고 기는 것들의 움직임이지만, 누가 시키지도 않은 주인 노릇을 하느라 사람이 아프게 한 땅의 신음이다. 하늘의 소리는 바람과 구름, 하늘과 땅 사이를 오가는 새의 소리이며 징조와 신호를 내는 예언이고 계시이다. 사람의 소리는 목소리와 기록, 체험과 기억의 맥박, 마음과 영혼의 울림과 탄식, 곡哭이며 노래와 찬미, 피리와 수금, 비파와 꽹과리, 북鼓처럼 하늘 모양을 본떠 만든 것들의 소리, 스스로 목소리를 지닌 인간의 눈물, 때로는 인간 자신조차 모르는 이야기이다.

새소리가 바뀌었다. 계절이 바뀌었다는 소리일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여기저기 초록 잎과 개나리가 내미는 노란 끝의 소리, 창밖으로 보이는 큰 나뭇가지에 붉은 봉오리들의 소리가 맺혔으며, 사슴들은 느긋하다.

수도 없이 소리 내어 외웠을 작은 기도문 하나를 영어로 프린트해서 지갑에 담았다. 『Hail, Holy Queen, Mother of Mercy, our life, our sweetness, and our hope! To you do we cry, poor banished children of Eve; to you do we send up our sighs, mourning and weeping in this vale of tears. Turn, then, most gracious advocate, your eyes of mercy toward us; and after this our exile, show unto us the blessed fruit of your womb, Jesus. O clement, O loving, O sweet Virgin Mary! (여왕이시며 사랑이 넘친 어머니, 우리의 생명, 기쁨, 희망이시여. 당신 우러러 하와의 그 자손들이 눈물을 흘리며 애원하나이다. 슬픔의 골짜기에서, 우리들의 보호자, 성모여, 불쌍한 우리 인자로운 눈으로 굽어보소서. 귀양살이 끝날 그때 당신의 아드님 우리 주 예수를 뵙게 하소서. 너그러우시고 자애로우시며 오 아름다우신, 동정 마리아!)』

3 thoughts on “소리, 그늘 음音”

  1. 신부님!!
    너무 멋진 글을 읽었습니다.
    한자 소리에 대한 풀이와 자연의 꽃망울 올라오는 소리가 잘 어울려진 글을 읽으며, 주변에 피기 시작하는 개나리를 보니 저도 소리가 들려옵니다.

    코로나 조심하시구요

  2. Pray for us,O holy Mother of God,that we may be made worthy of the promises of Christ.
    신부님의 글을 최근 접하며 깊으신 묵상에 놀라게 됩니다… 이런 맘에 꽂히는 글들을 읽게 하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시기에 코로나로 인해 당황하고,슬프며,고통받는 사람들의 소리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렇지만 그 가운데 피는 개나리의 피어나는 소리도 들어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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