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거질 망莽/茻

‘우거질 망莽’이라는 글자는 ‘풀 초艹(艸)’ 더하기 ‘개 견犬’ 더하기 ‘두 손으로 받들 공廾’이라는 글자로 되어 있다. 원래는 ‘우거질 망茻’이라는 글자 한가운데에 ‘개 견犬’을 그려 넣어 숲이 우거진 곳에서 사냥개가 뛰어다니는 상황을 묘사했다가 ‘개 견犬’이 빠진 채 ‘우거질 망茻’이라는 글자가 되거나, 세월이 가면서 위에 있는 ‘풀 초艸’는 ‘艹’로 간소해지고, 아래에 있는 ‘풀 초艸’가 ‘두 손으로 받들 공廾’으로 변하여 오늘날의 ‘우거질 망莽’이 되었다. 풀이 우거지면 ‘우거질 망莽’이고, 나무가 우거지면 ‘수풀 림林’이나 ‘나무 빽빽할 삼森’이다. ‘답답할 울/울창할 울鬱’이라는 조금 복잡한 글자도 있는데 이 글자는 ‘근심할 우憂’와 함께 뭔가가 막히고 답답한 ‘우울憂鬱’을 표현한다.

겨울이어도 끝없는 풀밭이 있고 나무가 우거져 빽빽한 이곳 Bear Mountain 자락의 수도원 숲에는 사슴도 많고 다람쥐도 천지이며, 라쿤도 있고 여우도 있지만 ‘우거질 망莽’이라는 글자에 있는 개는 없다. 입구에는 ‘No Pets’라는 팻말까지 붙여 아예 출입을 금한다. 시도 때도 없이 몇백 마리씩 떼거리로 날아와 풀밭을 망치는 거위들을 쫓느라고 누군가 나무판자로 개의 모습을 자르고 색까지 칠해서 멀리서 보면 영락없는 한 마리 개가 풀밭 가에 꽂혀있었는데, 철 따라 날아오는 거위들도 세월이 가면서 그 가짜 개의 정체를 파악하고 말아서 그것마저 누군가가 얼마 전 치웠다.

사방이 고요하고 겨울 숲은 한가하며 풀밭은 넓다. 문득 숲 한가운데에 혼자 있다가 괜히 웃는다. 멀리 노을은 곱고 차분하다. 바람은 차갑고, 굳이 돌아볼 것도 없는 만사는 부질없다. 한참 전에 밀어놓은 한쪽의 잔설은 아직도 저만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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