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홍虹

인터넷도 끊어졌다 이어졌다 하는 척박한 아프리카 땅에서 사는 수녀님께서 무지개 사진을 보내주시면서 그곳에서는 사람들이 무지개를 ‘성모님의 허리띠’라 한다고 알려 주셨다.

‘벌레 충/훼虫’이라는 글자와 ‘장인 공工’이라는 글자로 이루어진 ‘무지개 홍虹’이라는 글자는 『형성문자로서 ‘벌레 충/훼虫’이 의미부고 ‘장인 공工’이 소리부인데, 갑골문에서는 두 마리의 용(虫)이 물을 내뿜어 ‘무지개’를 만드는 모습을 그렸는데, 이후 지금처럼 형성구조로 바뀌었다.(하영삼, 한자어원사전, 935쪽)』 먼 옛날 사람들은 하늘의 용龍이 기교한 재주를 부려 무지개를 만든다고 생각했던 듯하다.

순수 우리 말이라고 알려지는 ‘무지개’의 어원은 세종 때의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에 등장하는 ‘므지게’였다고 하는데, 물(므)을 뿌려 나타나는 둥근 문(지게·지게 호戶, 문·출입구)인 셈이다. 이탈리아 말로 무지개를 아르코발레니arcobaleni라 하든가 아르코 이리스arco iris라 하는데, 이는 모두 arco(둥글다는 뜻, 아치형)라는 말을 담고 있고, baleno가 번쩍이는 빛이나 색과 같은 것이며,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무지개의 여신 이리스iris의 이름이기도 한 이리스라는 말의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고대 그리스어(ἶρις)에서 꼬거나 엮은 실이나 줄, 혹은 선이나 띠를 의미하므로 충분히 짐작이 가는 무지개 형상이다. 영어 역시 레인보우(rainbow)는 비(rain)가 온 뒤에 활(bow)처럼 둥근 형상을 무지개라 하고, 프랑스어에서 아르캉시엘(arc-en-ciel)이라 하는 것 역시 하늘(ciel)에 나타난 아치(arc)이다.

『알쏭달쏭 무지개 고운 무지개 선녀들이 건너간 오색 다린가 누나하고 나하고 둥둥 떠올라 고운 다리 그 다리 건너봤으면』 하는 홍난파 작곡, 박희각 작사의 동요 ‘무지개’처럼 우리는 무지개를 타고 하늘 나라의 선녀가 지상계에 목욕하러 내려온다는 옛이야기나 하늘과의 연결에 무지개가 있고, 구름을 보아 비가 올지 말지를 예상하던 운점雲占처럼 무지개를 보고는 홍수가 있을지 없을지를 점치는 홍점虹占이 있었다고도 하는데, 북유럽과 같은 곳에서는 무지개가 끝나는 곳에 보물이 숨겨있다는 이야기나 행운이 함께 있었다.

‘월화수목금토’ 일곱 행성이나 ‘도레미파솔라시도’ 일곱 음계처럼 어린 시절 ‘빨주노초파남보’를 외어야 했던 무지개의 일곱 색깔 분류는 영국의 아이작 뉴턴Isaac Newton(1642~1727년)이 실험을 통해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이지만, 원래 우리나라에서는 무지개의 색깔을 ‘오색’이라 표현하고 미국에서는 여섯, 아프리카에서는 둘, 멕시코 원주민 사이에서는 다섯 가지로 표현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빛을 프리즘에 통과시키면 207색까지도 구분할 수 있다고 하니 얼핏 비슷비슷하면서도 휘황찬란하면서 어느 색을 골라야 할지를 구분할 수 없어 오래 망설여야 하는 수십 가지 색깔의 파스텔 앞에 있는 어린이처럼 무지개는 어느 사람에게나 항상 설레임이다.(*6가지 색인 성性소수자들을 위한 깃발과 이에 반발해 무지개를 돌려달라는 항변에 관한 논란은 접어둔다.)

그래도 성경의 무지개는 인간을 살리고자 섭리하셨던 노아의 방주를 떠올리게 하는 하느님과 땅 사이에 맺었던 계약의 표징이고(창세 9,13-16) 지극히 높으신 분의 손길이 하늘을 가로질러 펼쳐 놓으신 것이며(집회 43,11-12), 그분의 성전을 비추는 빛이고(집회 50,7), 사방으로 뻗은 주님 광채의 모습(에제 1,28)이며, 그분의 어좌와 천사의 머리에 둘러있는(묵시 4,3;10,1) 빛깔이다. 무지개는 가톨릭, 특별히 정교회를 중심으로 구세주를 품으시어 인간 구원의 방주가 되신 ‘성모님의 허리띠’와 분명 관련이 있다. 성모님의 허리띠는 『성모님께서 낙타털로 지으신 허리띠로 알려진다. 성모님의 승천을 볼 수 없었던 토마스 사도에게 3일 뒤에야 전해져 예루살렘에 오래 보관하다 5세기에 콘스탄티노플로 옮겨진 내력을 지녔다가, 현재의 이스탄불 블라쉐르네Blachernae에 있는 성모 마리아 성당Church of St. Mary에 보관하였다. 나중에 이를 요한 6세John VI Kantakouzenos(1347~1355년)라는 황제가 아토스Athos 산에 있는 바토페디의 거룩하고도 위대한 수도원Holy Great Monastery of Vatopedi에 기증하여 보관하였는데, 레오 6세Leo VI(886~912년) 황제의 황후 조에Zoe가 성모님의 허리띠 덕에 기적적 치유를 얻은 뒤 감사하는 뜻으로 금실로 장식하기도 했다. 성모님의 허리띠를 기념하는 축일은 12세기 마누엘 1세Manuel I Komninos(1143~1180년) 황제 때 8월 31일로 정교회의 공식 전례력에 삽입되었다.(출처. Wikipedia)』

간밤의 뉴스는 아프카니스탄의 지난 20년 소용돌이에서 희생된 수많은 생명의 의미와 인간이 무엇인지를 다시 묻게 하고,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말이 맞아도 너무 맞다 싶은 아이티의 강진이라는 슬픈 소식을 전한다. 여름 끝자락 소나기에 이어 무지개가 자주 보이는 시절에 ‘성모님의 허리띠’가 사람들의 슬픔을 어루만져 주시고, 단단히 잡아주시기를 빈다.

“무지개 홍虹”에 한개의 의견

  1. 세상사가 근본적으로 공평하진 않은가 봅니다. 엎친 데 덮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걸 보면..
    새벽부터 예보에 없던 비가 아침까지 제법 길어지니 낮에는 🌈 무지개 소식 좀 기대해볼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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