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듬지 표標

우리가 ‘표할 표標’로 알고 있는 글자는 ‘우듬지 표標’라고 하는 것이 더 나을 듯하다. 나무줄기의 꼭대기 부분, 곧 우두머리에 있는 가지 우듬지를 말하다가 점차 나무 조각으로 만든 ‘표’를 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듬지 표標’는 ‘나무 목木’과 ‘불똥 튈 표票’가 합하여 구성된다. 票라는 글자 하단에 ‘보일 시示’라는 글자가 있지만, 이는 원래 ‘불 화火’였다고 알려진다. 그러니까 ‘불똥 튈 표票’자는 『원래 ‘가벼울 표爂’였다. 불길(火)이 위로 솟구치는(오를 선䙴) 모습을 그렸는데, 날아다니는 불똥으로부터 ‘유통되다, 빠르다’ 등의 뜻이 나왔다. 이후 물건의 값을 보증하며 유통되는 쪽지라는 의미에서 우표郵票나 차표車票에서와 같이 ‘표’를 뜻했다. 원래 의미는 ‘불 화火’를 더한 ‘불똥 표熛’로 분화했고, 또 ‘표’라는 의미를 더욱 명확하게 하고자 ‘나무 목木’을 더한 ‘우듬지 표標’로 분화했는데, 종이가 보편화하기 전 나무(木) 조각에다 글을 써 증표로 삼았기 때문이다.(하영삼, 한자어원사전, 875쪽)』

票라는 글자를 두고 『票자는 火자 위로 ‘정수리 신囟“이라는 글자를 감싸는 모습(표爂)이 그려져 있었다. 여기서 囟자는 뜻과는 관계없이 ‘불똥’으로 응용되었다. 그러니까 票자는 날아오르는 불똥을 손으로 잡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이것은 재가 날아오르듯이 매우 가볍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票자의 본래 의미도 ‘가볍다’였다. 하지만 후에 동전보다 가벼운 ‘지폐’를 뜻하게 되면서 본래의 의미는 잘 쓰이지 않고 있다. 고대에 지폐라는 것은 서명이 들어간 ‘증서’를 뜻했다. 그래서 票자는 ‘가볍다’라는 뜻에서 ‘지폐’나 ‘증서’라는 뜻으로 확대되었다. 참고로 票자가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가볍다’라는 뜻을 전달한다.(네이버사전)』라고 달리 풀이하는 것도 들으면 대충 票의 내력을 짐작할 만하다.

결론적으로, ‘표標’는 어떤 내용을 압축하여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를 담아 밖으로 드러나게 눈에 띄는 어떤 것이다. 사물을 대변하는 라벨label이고 이름표이며, 쪽지이며 딱지나 꼬리표이고, 스티커sticker이며 메모이고 노트이며, 간판이자 겉표지이고 인장이자 서명이다. 너와 나, 그리고 어떤 사물을 두고 동의하여 약속의 표가 될 때는 신호이고 화살표이며 등가의 교환가치이고 징표이다. 내가 나의 표를 볼 때는 내면의 눈인 양심과 자각을 통해서 보고, 나 밖의 상대방과 만물의 표를 볼 때는 육체적인 눈과 경험적인 지각을 통해서 본다. 그러나 표는 꼭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은 아니어서 속내를 보아 알게 될 때 이는 표징이고 상징이며, 점占이고 은유이자 메타포metaphor이다. 특히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의도를 나와 너, 그리고 만물 안에 숨겨 보이시는 기막힌 재주를 가지신 분이시다.

하느님께서는 “카인에게 표를 찍어 주셔서 어느 누가 그를 만나더라도 그를 죽이지 못하게…”(창세 4,15) 사람의 이마에 표를 찍으셨다. 사람을 보아야만 한다. 나를 보고 너를 보며, 만물과 만사를 보고, 시대의 표를 보아야 한다. 읽어내야 한다. 보이는 것만 보지 않고 보이지 않는 것도 보며 속내를 보아야 한다. 사람마다 사물마다 감추고 있는 표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모두 죽고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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