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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1/26 걷는다 by benji

걷는다

걷는다

거의 매일, 인근에 있는 보라매 공원을 중심으로 여기저기를 한 시간이나 한 시간 반 동안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 공원에는 나 말고도 수많은 사람들이 걷는다.

사람들의 걸음을 보고 또 내 걸음을 보며 걷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 가사의 첫 구절 때문에라도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 없는 이 발길 지나온 자욱마다 눈물 고였네…』하던 백년설(白年雪 : 본명 이창민 1914~1980)씨의 오래된 노래 '나그네 설움'이 절로 떠오른다. 작사가로 알려진 고려성(高麗星 : 본명 조경환 1910~1956)씨와 함께 왜놈 경찰들의 모진 밤샘 취조 후에 광화문 거리를 바라보며 잃어버린 조국의 설움을 담아 담뱃갑에 낯익은 거리다마는 이국보다 차거워를 적어 내려갔고, 이 슬픔을 후에 노래하게 되었다는 애절하고 숭고한 사연과는 거리가 멀게, 오늘 나는 일차적으로 건강을 염려해서, 나름대로 자기 관리를 위해서 걷는다.

걸음은 내가 식물이 아닌 동물이기에, 움직일 수 있기에 걷는다. 걸음은 동물을 두고 긴다라고 하니 내가 사람이기에 걷는다. 걸음은 내가 섬마섬마하며 맨 먼저 배운 몸동작이기에 걷는다. 걸음은 어느 날 약해져 누구의 도움을 받든 기구의 도움을 받든, 기어이 내가 혼자 힘으로만 가능한 것이기에 걷는다. 걸음은 이리도 저리도 내가 내 마음 먹은 대로 갈 수 있기에 걷는다. 그래도 걸음은 늘 내가 뜻한 대로만 가지지는 않는다는 안타까움이기에 걷는다. 걸음은 내가 결국 언젠가 가고야 말 고향이 있는 나그네요 순례자이기에 걷는다. 걸음은 내가 언젠가 한 걸음을 내딛어야만 하는 결단이기에 걷는다. 걸음은 나도 걷고 너도 걷는 이웃의 행렬이기에 내가 이웃의 하나가 되어 함께 걷는다. 걸음은 나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내가 새 길을 따르는 이들”(사도 9,2)이고 싶기에 걷는다. 걸음은 내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지만, 궁극으로 나를 향해 마주 오는 것들을 그리워하는 그리움이기에 걷는다. 걸음은 누구에게나 사는 날까지 간절한 희망이기에 걷는다.

도대체 언제까지, 몇 걸음이나 걸어야 인생은 다 걸어지는 것일까?

Posted by benji

2017/01/26 10:51 2017/01/26 1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