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뫼 산山

‘메/뫼 산山’이라는 글자는 가운데 긴 획을 먼저 쓰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쓰는 산봉우리 셋을 표현하는 3획으로 된 글자로서 부수로 쓰일 때 산이나 고개 등과 관련된 글자이다. 발음에 해당하는 ‘산’은 우리말이다. 공교롭게도 우리말 ‘산’을 표현하는 수화의 글자 모양새는 서양에서 가운데 있는 손가락을 세워 상대방을 모욕하는 욕설에 해당하는데, 이는 한자의 글자 모양을 그대로 본떴을 뿐이다. 그 ‘산’을 두고 오래된 우리말은 ‘묗’라 한다는데, 이것이 변해서 오늘날의 ‘메’가 된다. 산에 사는 돼지 ‘멧돼지(메+돼지=산돼지)’, 산에서 울려 되돌아오는 소리 ‘메아리’, 산이나 들에서 자라 거칠고 찰기가 없는 밀 ‘메밀’, 차조와 대비되는 좁쌀 ‘메조’ 하는 말들에서 보듯이 ‘산山’을 가리키는 ‘메’를 뜻으로 붙여 ‘메 산山’이라 하는데, 이를 ‘뫼’라 하기도 하는 것은 한자 부수로 일컬을 때 ‘메’가 잘못 굳어진 것이다.

‘山’이라는 한자는 생김새 그대로 보아서 봉우리 모양이지만, ‘불 화火’라는 글자의 오래된 형태와 서로 닮아있기 때문에 ‘산(山)’과 ‘불(火)’이 연관이 깊은 것으로 생각하였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山’은 한자 부수로서 대단히 많은 글자를 만든다. 간단한 글자들 몇 개만을 예로 들어본다면, ‘언덕 구丘’와 함께 아주 큰 언덕인 ‘큰 산 악岳’이 되고, ‘돌 석石’과 함께 산에 있는 돌인 ‘바위 암岩=巖’을 만들며, 가장 뛰어나거나 으뜸을 뜻하는 ‘마루 종宗’과 함께 ‘높을 숭崇’을 만들고, ‘새 조鳥’와 함께 날개 달린 새만이 날아서 도달할 수 있는 바다 위의 산 ‘섬 도島’를 만들며, ‘재 회灰’와 함께 산에 묻혀 돌처럼 굳은 재를 가리키는 ‘석탄 탄炭’을 만들고, ‘사람 인人’과는 깊은 산 속에서 신비롭게 살아간다는 ‘신선 선仙’을 만든다.

‘山’이라 하면 무엇보다도 나의 머릿속엔 1977년 에베레스트(8,848m) 정상에 세계에서 56번째로 올라 우리나라를 정상에 오른 8번째 국가가 되게 해주었던 분, 380여 ㎞를 21일에 걸쳐 걷고 98개의 사다리를 놓으며 빙벽을 기어 세계 최고봉에 올라 ‘여기는 정상, 더 오를 곳이 없다’는 말을 외친 빨간 색 등산복 차림의 고상돈(1948년~1979년) 님이 떠오른다. 귀국 후에는 국가적 경사를 두고 성대한 귀국 축하 카퍼레이드가 열렸고, 그의 직장이었던 전매청에서는 에베레스트 정복 기념 ‘거북선’이라는 담배를 만들기도 했으며, 기념 우표나 그의 사진을 담은 주택복권도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그의 동상도 있고 기념도로도 있으며 기념관도 있지만, 정작 31세의 젊은 그가 북미주 대륙의 가장 높은 산을 오르고 난 후, 끝내 돌아오지 못하게 되었던 디날리(일명 맥킨리) 산(6,194m)을 향해 출발했던 마을 탈키트나Talkeetna 산악인들의 묘소에는 ‘한국일보 재미 대한 산악연맹’이 마련한 기념 표석만이 자리하고 있다.

죠지 멜로리George Mallory(1886~1924년)는 『산이 그곳에 있어서 오른다. Because it’s there.』 했고, 찰즈 스니드 휴스턴Charles Snead Houston(1913~2009년)은 『우리 일상의 사소한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한 순간, 본질적이 아닌 것들을 벗겨내기 위한 순간, 삶 자체의 핵심으로 내려가기 위한 순간…위대한 산 위에서 모든 목적이 정상 정복이라는 단 하나의 사실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 그것은 시도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산에 오른다. 우리는 산에 오르면서 성취보다도 더욱 위대한 어떤 것들을 발견한다. In answer to the question “Why climb mountains?” Houston concluded: “It is the chance to be for a moment free of the small concerns of our common lives, to strip off non-essentials, to come down to the core of life itself… On great mountains all purpose is concentrated on the single job at hand, yet the summit is but a token of success, and the attempt is worthy in itself. It is for these reasons that we climb, and in climbing find something greater than accomplishment.”』라고 했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산 하나가 보이지 않고 뜨겁기만 한 플로리다에서는 높은 산들이 많고 춥게만 느껴지는 곳, 미국 내에서는 정반대인 곳의 알래스카가 그립다. 산은 높고, 두렵고, 가까운 듯싶어도 어느샌가 멀리서만 보인다.

성경에서 산은 모세가 불타는 떨기 속에서 하느님을 만나 거룩한 땅에 서게 될 때 자신의 신발을 벗어야 했던 곳(탈출 3,1-5), 모세와 하느님께서 계약을 이룬 곳(탈출 24,1-11), 엘리야 예언자가 “나와서 산 위, 주님 앞에 서라”(1열왕 19,11)는 말씀으로 죽다가 살아난 곳,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시작하시기 전 유혹하던 악마를 물리쳐야 했던 곳(마태 4,8-11), 대중 연설의 가르침을 베푼 곳(산상 설교 마태 5-7장), 당신 미래의 영광을 변모로 제자들에게 흘낏 보여주신 곳(마태 17,1-9), 밤새워 번민을 기도하시던 곳(마태 26,36-46),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십자가의 죽음을 맞이했던 곳(마태 27,32-37) 이다.

어디에서나 산은 하느님의 자리이고 하느님과 인간이 만나는 자리여서 인간사의 모든 것이 그대로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