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과 모래 언덕


구름과 모래 언덕


아직 무척 어린, 갓 생겨난, 그러나 구름의 삶이라는 것이 무척 짧고 이리 저리 떠다니고 흔들리는 것이라는 것만큼은 알만한 젊은 조각구름 하나가 있었다. 그렇게 그 조각구름 하나가 어느 날 푸른 하늘 높은 곳에서 기기묘묘한 형상을 이룬 다른 구름들의 무리와 함께 소위 구름들의 행진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넓고도 넓은 사하라 사막 위를 지나게 되었다.

좀 더 연륜이 쌓인 구름들이 소리를 질렀다. ‘어서 빨리 달려! 여기서 멈추면 끝장이야!’ 그런데도 어린 구름은 여느 젊은 것들이 으레 그러하듯이 호기심이 많았다. 결국 다른 구름들이 서둘러 지나가고 작은 구름은 마치 무리를 벗어난 양처럼, 떼를 벗어난 소처럼, 그렇게 뒤처지고 말았다. ‘너, 여기서 도대체 뭘 하며 꾸물대고 있는 거니? 빨리 안 가?’ 뒤따라오던 바람이 큰 소리로 으르렁 댔다.

그러나 그 순간 작은 구름은 저 밑에 황금빛을 띤 작은 모래 언덕들을 보고 있었다. 황홀한 광경이었다. 호기심을 참지 못한 작은 구름은 사뿐히 밑으로 밑으로 계속 내려갔다. 모래 언덕들은 황금빛을 띤 구름 조각 하나가 바람을 타고 자기들의 얼굴과 어깨를 자꾸만 어루만지는 듯이 느꼈다. 모래 언덕들 중 하나가 미소를 지으며 작은 구름에게 말을 건넸다. ‘안녕!’ 그 모래 언덕 역시 바람에 의해 금방 생겨난 언덕이었다. 언덕은 말의 갈기 같은 황금빛 능선들을 아직도 이리 저리 흔들어대고 있었다.

구름이 언덕에게 자신을 소개하며 말했다. ‘안녕! 내 이름은 올라라고 해.’ ‘안녕! 난 하나라고 해.’ 언덕이 대답했다. ‘여기 이렇게 낮은 곳에서 어떻게 지내?’ 구름이 묻자, ‘뭐, 그저 그렇지 뭐. 뜨거운 태양 빛이 있고 바람이 있어. 뭐 조금 덥기는 하지만 그런 대로 견디어 내야지, 뭐.’ 하고 언덕이 대답했다. ‘태양 빛과 바람……? 그건 우리도 같아. 그렇지만 열심히 달려야만 하는 것이 좀 다르긴 하네.’ 그러면서 구름은 말을 이었다. ‘다른 구름들이 말하기를 내 인생이라는 것은 무척 짧다고 해. 큰 바람이 돌아오면 아마도 흔적 없이 사라져버린다고들 그러지.’ ‘그래서 못마땅한 거야?’ ‘그렇지, 뭐. 살았다 할 것도 없고, 어쩌면 아무런 의미가 없잖아?’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비가 내리면 나 역시도 모양이 엉망이 되다가 결국 없어지고 말지. 그게 나의 운명이야.’ 모래 언덕이 말했다. 그러다가 모래 언덕이 조금 말을 멈추더니 ‘참, 비를 맞으면서 우리들이 사막의 오아시스요 낙원이라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것도 있긴 있지.’ ‘그래?’ 반문하는 구름에게 모래 언덕이 말했다. ‘언젠가 내가 오래된 언덕들에게서 들었는데, 비를 맞는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우리들이 아직 모른다는 것이야. 그렇게 비를 맞다가 보면 우리들의 언덕이 꽃들과 풀, 그리고 나무들이라는 것들로 놀라운 모습을 띠며 덮이게 된다는 것이야.’ ‘맞아, 맞아. 내가 어딘가를 지나면서 그런 모습을 많이 보았어.’ 구름이 맞장구를 쳤다. 구름이 하는 말을 듣던 언덕이 ‘아마도 난 내 생애에 그런 모습을 결코 보지 못하고 없어지고 말겠지?’ 하며 말을 건넸다. 잠시 뭔가를 생각하던 구름이 ‘그렇지 않아. 지금 내가 너에게 비를 뿌려줄 수 있어.’하고 말했다. 그러자 언덕이 ‘그럼 네가 없어지고 말잖아…?’ 하였고, 이에 구름은 ‘그렇지만, 넌 네 능선에 꽃들을 피우게 되잖아.’ 하면서 가랑비를 뿌려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구름은 조금씩 자기 모습을 잃어 가다가 마침내 어느 순간 언덕의 시야에서 없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 다음날 모래 언덕엔 이름 모를 예쁜 꽃 몇 송이가 피어났다.

‘주님, 저에게 벼락을 내리소서. 제가 불타올라 저를 사르리이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다른 이들은 빛을 얻게 되리이다.
아멘.’(2012년 10월 8일, 이태리어 판 ‘살레시오 가족’ 2012년 9월호의 마지막 페이지)

우연인지 필연인지


우연인지 필연인지

자욱하던 아침 안개가 언제이냐 싶게 사라지듯,
풀잎 끝에 맺힌 이슬이 흔적 없이 마르듯,
하늘의 조각구름들이 바람에 휙 자취를 감추듯,
눈서리 위에 찍힌 기러기 발톱 자국들이 스르르 흐트러지듯,
새가 차고 오른 호수가 상관없다 잠잠하듯.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렇게 인생을 살다가
어느 날 사람들 곁을 떠나고 세상을 떠난다.

내가 없어도
햇빛이 그대로이고
풀들이 그대로이며
하늘이 그대로이고
서리 녹은 땅이 그대로이며
호수도 그대로이다.

새 한 마리 날아오르면
새는 자취 남기고 싶은 뜻이 없고
호수는 그림자 남겨둘 마음이 없다.
(2010년8월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