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할/번민할 민悶

‘답답할/번민할 민悶’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이 글자가 생긴 그대로 빗장 지른 문 안에 갇힌 사람의 가슴이 두근거리고 호흡마저 곤란해져 괴로워하고 말 그대로 답답해서 미칠 지경인 경우를 뜻하면서 ‘우매하다, 밀폐하다’의 뜻으로까지 나아간다. 문 안에서 안(내면)으로 고통받는 상황이다. 흔히 ‘번민煩悶, 고민苦悶’ 할 때 쓰는 글자이다.

covid19 때문에 사람들이 갇힌 지 한 달도 훨씬 넘었다. 답답해한다. 뉴욕 날씨도 좀체 도와줄 기미를 보이지 않고 계속 비가 내리며 흐리고 바람마저 거센 채, 봄인 줄도 모르게, 그렇게 봄이 지나가고 있었다. 날이 반짝하고 햇빛이라도 비칠라치면 넓은 이곳에는 공원마저 닫혀 갈 곳 없는 사람들이 몰려온다. 마스크를 쓰고서도 사람들은 재잘거리고, 성장한 딸과 아빠는 연신 뛴다.

숨었던 다람쥐들이 이리저리 바쁘고, 그라운드 호그라는 녀석이 연신 이 굴에서 보였다가 저 굴에서 보이며, 사슴들은 태연하게 무리를 짓고, 하늘이나 나뭇가지에 있어야 할 새들도 풀밭 위를 종종거린다. 길 잃은 야생 칠면조 한 마리는 며칠 전부터 맨날 같은 곳에서 겁 없이 뒤뚱거리고, 현관 바깥쪽 높은 곳에서는 수백 수천의 꿀벌들이 윙윙거린다. 움직이는 것들이 부산스러운 가운데, 개나리와 목련 같은 몇몇 꽃은 이미 졌고, 나무들은 하나같이 조용히, 그러나 여지없이 연둣빛과 초록빛들을 점점 더 내밀어 보이면서 세를 과시한다. 사람들이 답답하니 그동안 사람들 탓에 답답했을 것들이 활발하다.

벌써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 시작되면서 모처럼 화창한 5월 셋째 날, 그리고 일요일, 창밖의 새 소리는 바로 옆이고, 멀리 나는 비행기 소리도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