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

게으름

 

게으름이라는 개념은

이 세상과 우리 자신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개념이다.

 

게으름은 얼핏 보기에 악도 아니고 선도 아니고

그저 무기력한 무관심처럼 보인다.

 

어떤 사람들에게 뭔가 말씀을 전하려고 할 때에

무척 어렵고

어떤 때는

아예 불가능하게까지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이는 많은 경우에 게으른 사람을 만난 탓이다.

게으른 사람들은

아름다운 생각, 기막힌 구상, 고무적인 전망

그 어느 것에도 관심이 없고,

또한 추한 말, 혐오스러운 생각,

파괴적인 대안에 대해서조차도

아무런 대꾸조차하기 싫어한다.

 

에블린 와프는

게으름이야말로

현대사회의 고질적인 죄악이라고 했다.

게으름이야말로

정작 중요한 것이 아무 것도 없어져 버린

이 망가진 세대의 죄악이라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사목자의 소명은

바로

이 게으름이라는 수렁에 빠진 사람들을 일깨워

이 세상을 좀 더 나은 세상으로 가꾸어 가는 것에

동기부여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 사목자들을 두고 사람들이 너무 떠벌리고,

흥분하고 과장하는 것이 아니냐고 힐난해도

괜찮다.

미지근한 것보다는

차라리 뜨거운 쪽에 있어야 하는 것이

사목자의 소명일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주님께서는

네가 이렇게 미지근하여

뜨겁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으니

나는 너를 내 입에서 뱉어내겠다.”(묵시 3,16)

하셨다.

 

게으름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세월이 가고 장상이 바뀌어도

별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런 뜻으로 게으름은 나이 먹어 가는 사람들에게

더욱 쉽게 찾아오는 유혹이다.

 

사목자의 입장에서

또 다른 싸움을 위해

전쟁터에 나서야 된다는 것이

힘들게 느껴지고,

그저 홀로 조용히 있고 싶을 때마저 많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그렇게 빨리 쉬라고 하시지는 않는다.

끝까지,

끝까지 앞으로 최선을 다해 나아가야 한다고

다그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