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선蟬

숲길을 가는데 갑자기 몇 걸음 앞서 길바닥에 매미 소리가 요란하다. 매미 한 마리가 막 허물을 벗고 나오는 상황이었다. 처음에는 매미를 벌 같은 다른 곤충이 공격했나 싶어 유심히 보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매미는 거푸집을 끌고 서둘러 응달의 숲으로 몸을 피한다. ‘한사코 옆에 붙어 뜨겁게 우는 사랑’ 같은 매미(참조. 안도현, 매미)를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뜨겁도록 쨍쨍하게 햇볕이 내리쬐는 중에 시끄럽도록 떼거리로 울어대야 매미는 매미답다. 요란한 매미의 울음이 햇볕의 뜨거움을 더하는 중에 의외로 사람의 마음은 차분해지고 주변은 한가하다. 매미 소리는 나 홀로 이유도 없이 어딘가에 뚝 떨어져 멀리 와 있다는 착각 속에서 문득 나를 돌아보게 한다.

‘매미 선蟬’이라는 글자는 뜻을 나타내는 ‘벌레 충虫’과 소릿값인 ‘홑 단/오랑캐 이름 선單’이라는 글자로 이루어졌고, 매미울음은 ‘선성蟬聲’이라 한다. 매미를 두고 중국 진晉나라 때 육운陸雲(232~303년)이 다섯 가지 덕이 있다 하였다더니 정말 그런가? 그의 <한선부寒蟬賦>에서 지극한 덕을 갖춘 지덕지충至德之蟲인 매미는 머리에 선비의 관대冠帶(갓과 허리띠)를 상징하는 모습이 있어 문덕文德이 있고, 이슬을 먹고 사니(실제로는 수액이나 식물의 즙과 같은 것을 먹는다) 맑은 청덕淸德이 있으며, 곡식을 먹지 않으니 청렴의 염덕廉德이 있고, 둥지를 만들지 않으니 검소함의 검덕儉德이 있으며, 반드시 절기를 맞추어 우니 신덕信德이 있다고 했다 한다. 이렇게 매미가 갖춘 문(文), 청(淸), 염(廉), 검(儉), 신(信) 다섯 덕목을 본받으려 임금도 매미의 양 날개를 위로 향하게 형상화한 익선관翼蟬冠을 머리에 썼고, 조정의 신하들도 매미의 양 날개를 옆으로 향하게 한 관모官帽를 썼다 하였다.

자기 소리에 가장 잘 맞는 소리를 가늠하는 암컷을 위해 수컷만이 운다는 매미, 작게는 3년부터 많게는 17년 홀수 해로만 기다려 유충 생활을 마치고 세상에 나와 짧게 살다 간다는 매미, 지구상에 무려 3천 종이나 존재한다는 매미, 동시에 큰 무리를 지어 세상에 나와야만 그나마 다음 세대를 위해 후손을 남긴다는 매미, 주파수가 맞지 않은 엉터리 라디오 소리 같은 소리를 넘어 이제는 진공청소기의 소음이고 밤중에 쇠를 깎는 것 같은 소리를 낸다는 매미, 새들과 거미와 사마귀를 천적으로 둔다는 매미, 땅이 큰 미국에서는 주기매미(Periodical cicadas)라는 이름으로 1에이커(약 4047㎡)당 최대 150만 마리까지 나타날 수 있다는 매미…, 아스라한 우리나라에서도 지금 장마를 넘어 막바지 여름 매미의 계절이 오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