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를 풀어주세요

 

물고기를 풀어주세요.




바다가 난리란다.


어제 아침 뉴스에는 내륙인 영월의 동강에마저도


적조 현상이 생길 조짐이란다.




난 적조가 뭔지 모른다.


단지 적조라는 것이 닥쳐오면 양식장에 갇혀있는 수많은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모습을 연일 TV를 통해 보고 있을 뿐이고, 언론매체가 가르쳐 준 정도의 얄팍한 지식으로 적조 현상을 이해하고 있을 뿐이다.




하염없이 죽어나가는 물고기들의 떼죽음 앞에서 난 무섭다. 그렇게 많은 물고기의 죽음으로 마음 아플 어부들의 분노가 무섭고, 그렇게 죽어 나가 몇 마리가 죽었는지 입증이라도 해야만 보상금이라도 몇 푼 건질 수 있지 않나 싶어 물고기들이 죽기 전에 도망치도록 풀어주지 않고 죽게 해야 하는 각박한 인정이 무섭고, 그런 한 맺힌 물고기들이 우리들의 식탁을 어떻게 한동안이라도 점령하지나 않을까 무섭다.




차제에 그 죽은 물고기들을 처리하는 비용까지를 생각할 때 적조가 닥쳐오기 전에 마음이 아프더라도 나중을 생각해서 아직 살아있는 물고기들은 제발 좀 풀어서 먼 바다로 도망 갈 수 있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한다.




나는 다른 나라에도 적조 현상이 이렇게 심각한지는 모른다. 어떤 사안이든지 우리 언론의 논리나 논법이 해외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보도하는 것이 상례인 것으로 볼 때, 또 이 번 적조현상에 대해서만큼은 그런 비교보도가 없었던 것으로 볼 때, 아마 다른 나라에는 이렇게 심각한 적조가 없나보다 라고 짐작할 뿐이다.




결국 적조현상은 내가 아는 한 우리들이 자연을 함부로 대하고 오염시키며 지배하려 들었던 우리 폭력에 대한 반발이고 노함이며 성냄이다. 나는 산과 바다 그리고 강이라는 것이 한없이 맑고 푸르고 장대한 깊이를 가진 생명의 보고(寶庫)이도록, 말 그대로 바다는 바다이고 강은 강이며 산은 산이도록 그렇게 우리 사람들이 생각을 고쳐먹고 뉘우치며 속죄하지 않는 한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는 자연이 결코 노여움을 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이제는 자연이 무섭다.




적조의 띠를 형성해가는 성난 바다를 보면서 나는 각목 들고 화염병 들고, 머리에 붉은 띠를 맨 성난 시위대가 자꾸만 연상된다. (2001.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