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아침

 

귀국한지 벌써 2주가 넘는다. 그리고 이곳에 글을 쓴지도 한 달이 넘었다. 이것저것 정리도 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도 좀 만나면서 그렇게 시간이 참 빨리도 지나간다. 이렇게 백수로 지내는 날들은 한가할 것 같으면서도 좀체로 한가하지를 못한 것이 또한 사실이라는 것을 깨우쳐가고 있다.




어제 아침 신문을 보다가는 그냥 접어버리고 구겨서 저만큼 치워버렸다.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면서 대통령의 아들인지 뭔지 모를 사람이 어떤 방에서 어떻게 밤을 지새웠으며, 밥을 먹다가 말았다든지, 특식이라는 삼계탕을 조금 뜯어 먹었다든지, 그가 잤던 방에 변기가 어느 쪽에 놓여있는지조차 도면까지 곁들여 상세하고도 너어무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고따위 소리들을 왜 내가 들어야하는가 회의가 들었고, 그런 얘기밖에 써 댈 것이 없는 신문들이 미웠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아들은 아들대로 국민들은 국민대로 그렇게 저렇게 잘 살아가고 있으니 그만이다. 난 내가 예언자가 아니라도 한 가지 예언을 할 수 있다. 틀림없이 몇 십억을 잡수셨다는 그분은 내년 봄 쯤에나 아니면 늦어도 여름 쯤에는 독서를 많이 하시고 더욱 더 영민해 지셔서 건강하게 다시 출감하시고야 말것이다. 그리고 몇 년 뒤에는 국회의원에 출마를 하신다는 구설수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될 것이다. 이런 얘기들은 예언이라기보다 예전에도 그러하여 왔기에 순전히 경험적인 예측이라는 것이 더 정확할 듯 싶다.




도대체 언제쯤이면 우린 이런 반복들을 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것일까? 사람들은 끊임없이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쇄신하면서 그렇게 살아가야만 된다고 배웠는데….




신부인 나에게도 얼마동안 고생 좀 하고나면 몇 십억 생기는 일이 없을까? 군대생활도 3년씩이나 했는데 독서하면서 지내는 고까짓 독방생활을 못할까?




아서라. 새벽미사 잘 하고나서 이른 아침부터 엉뚱한 소리를 지껄여 대고 있구나. 요런 생각을 해 대고 있는 머리나 요런 말들을 써 대고 있는 내 손들을 많이 때려줘야 할 것 같다. A-썩어질!(2002.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