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를 소召

‘부를 소召’라는 글자는 ‘칼 도刀’와 ‘입 구口’의 합자合字이다. 누구를 소리 내어 부르거나 불러들이는 것을 뜻한다. 입 위에 칼이 있으므로 이것이 ‘부르다’는 것과 무슨 상관인가 싶지만, 여기에 쓰인 ‘칼 도刀’는 ‘비수 비匕’라는 글자의 변형으로 본다. ‘비수 비匕’라는 글자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대개 사람이 손을 앞으로 모으고 선 모양새라고 보기도 하고, 숟가락이라는 뜻이나 모양새라고도 하면서 숟가락이나 사람이라는 뜻을 담았다고 한다. 그래서 ‘비수匕首’라고 하면 숟가락처럼 짧고 날카로운 단도이고, ‘匕’라는 글자가 한자의 부분으로 쓰일 때는 대부분이 사람과 관계된 의미를 지닌다.

이들을 바탕으로 ‘부를 소召’를 다시 보면 항아리와 같은 용기의 아가리를 통해 안에 담긴 내용물을 숟가락 같은 것으로 떠내는 모습이거나, 수저에 담긴 음식을 입에 가져다 대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부를 소召’에는 이처럼 누군가를 부르거나 불러들여 술이나 음식을 대접하고자 한다는 뜻이 담겼다. 이 ‘부를 소召’라는 글자의 왼쪽에 ‘손 수手(=扌)’라는 글자가 더해지면, 손짓하여 불러들인다는 뜻의 ‘부를 초招’가 되면서 우리가 누군가를 초대招待하다(불러 대접하다) 할 때의 ‘招’라는 글자가 된다. 굳이 구분하면, 말로 부르는 것은 ‘召’이고 손으로 부르는 것은 ‘招’라 할 수 있다.

예수님과 만난 첫 제자는 나이 들어 소명의 첫 순간을 회상하면서 “때는 오후 네 시쯤이었다.”(요한 1,39)라며 강렬했던 그 사랑의 순간을 한 문장으로 기록한다. 나에게도 그런 때가 있었고, 그때부터 소명召命인 줄 알고 살았지만 어쩌면 나 좋아서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