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이태리어판 ‘살레시오 가족지’ 2011년4월호


길을 가던 착한 신부님이 새 몇 마리가 든 새장을 들고 가던 어린이 하나를 만났다. 신부님께서 어린이에게 물으셨다. “저런, 예쁜 새들이구나. 새장에 든 새들은 어떤 새들이니?” 어린이가 대답하기를, “들에서 잡은 새들인데, 별로 예쁜 새들은 아니에요.” 물음과 답이 이어졌다. “이제 그 새들을 어떻게 할 작정인데?” “재미있게 놀아야죠. 꼬챙이로 찔러도 보고 날개를 늘어뜨려 벌려도 보고, 가위로 부리나 깃털도 좀 잘라서 제 맘대로 여기저기 붙여 성형도 좀 시켜보고요. 엄청 재미있을 거예요.” “그러다가 싫증이 나면 어떻게 할 것인데?” “그럼, 고양이에게 던져줘 봐야죠.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고양이를 따라 파닥거리는 모습들을 보다보면 한참은 더 재미있지 않겠어요?” 잠시 침묵이 흐른 다음, 신부님께서 “내가 값을 쳐 줄 테니 내게 팔지 않겠니?” “뭐라고요? 이까짓 새들을 도대체 얼마에 사실 건데요? 많이 줄래요? 3마리니까 3만원만 주신다면 기꺼이 팔지요.” 그래서 신부님께서는 얼마 안 되는 자신의 용돈으로 그 새들의 값을 치르고, 영악한 아이의 계산속에 어쩔 수 없이 새장 값으로 2만원을 더 주고서야 새들을 모두 살 수가 있었다. 새들이 아이들의 손에 다시는 잡히지 않을 만큼 거리를 부지런히 걸어서 들에 나간 신부님은 새들을 모두 날려 보내주었다.


어느 날 사탄과 예수님께서 말씀을 나누고 계셨다. 마침 사탄은 에덴 동산에서 의기양양해 하며 막 돌아오던 참이었다. 사탄이 예수님께 뻐기며 말씀드렸다. “저 좀 보세요. 제가 에덴 동산에 가서 인간이란 것들을 모조리 잡아오는 길이랍니다. 인간이라는 것들이 어리석기 짝이 없어서 제가 꾸민 계략을 눈치도 못 채며 걸려들고 말았지요.” 예수님께서 사탄에게 물으셨다. “이제 그 인간들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이냐?” “재미있게 좀 놀아야죠. 먼저 결혼했다가 어떻게 이혼하는지를 가르쳐 보아야겠고, 어떻게 미워하는지 또 악행으로 서로를 어떻게 망가트릴 수 있는지도 가르쳐 보아야겠고요. 참, 어떻게 흥청망청 마시고 취하며 하느님께 욕을 해 댈 수 있는 지도 가르쳐 볼 거예요. 그리고 무기를 만드는 법을 가르쳐서 서로를 어찌하면 더 잔인하게 죽일 수 있는지도 가르쳐야겠어요. 그러다보면 정말 재미있지 않겠어요?” “그렇게 실컷 놀아난 다음에는 무엇을 할 것인데?” 예수님께서 다시 물으시자 사탄은 “그 다음에는 더 이상 쓸모없을 터이니 그냥 모조리 죽여서 쓰레기통에나 버리면 되지요, 뭘.” 그 말을 들으신 예수님께서 사탄에게 “내게 그 인간들을 팔지 않겠니?”하고 물으시니, 사탄이 대답했다. “별 값어치도 없는 이런 것들을 사시려고요? 얘들은 아주 나쁜 종자들이예요. 괜히 사셨다가 봉변이나 당하시지 않을까 싶네요. 어쩌면 얘 네들이 예수님께 대들고 급기야는 예수님을 잡아 죽이기까지 할지도 몰라요. 그럼에도 정 사시겠다면, 대가로 저에게는 뭘, 얼마나 주실 건데요?” 이에 예수님께서 오히려 반문하셨다. “뭐가 얼마면 좋겠니?” 사탄은 과연 예수님께서 인간들을 사실까 의구심을 가지면서 대답하였다. “좋아요. 정 사시겠다면, 예수님께서 가지신 모든 눈물과 모든 피, 그리고 당신의 생명을 원합니다.” 예수님께서 이 말을 들으시고는 더 이상 아무 말 없이, 기꺼이 값을 치루시며 인간들을 모두 사셨다.


 “이것이 나의 계명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것을 실천하면 너희는 나의 친구가 된다.(요한15,12-14)”

새, 꽃, 바다, 그리고 어머니


새, 꽃, 바다, 그리고 어머니


어느 날 하느님께서 높은 곳에 계셔 저 아래 지구라는 별을 보시니 땅이 텅 비어있어 너무 쓸쓸하고 황량하게 보였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슬프게만 보이는 땅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궁리하시다가 땅을 가득 채우고 충만하게 하시기 위하여 어린이들을 보내시기로 결정하셨다.


이에 어린이들이 기쁘게 순명하며 명랑한 웃음으로 응답하여 땅을 향하게 되었는데, 떠나기 전에 어린이들이 몰려와 하느님께 ‘저희들만 가지 않고 무엇인가를 가지고 가도 됩니까?’ 하고 여쭈었다.


인자하신 하느님께서 흔쾌히 허락하시니 첫 번째 어린이가 여쭈었다. ‘사랑하올 하느님, 감미롭고 아름답기 그지없는 천상의 음악을 가지고 간다면 저 땅이 풍요롭지 않겠습니까?’ 이에 곰곰이 생각하신 하느님께서는 그 귀여운 청을 받아들여 예쁜 ‘새’라는 것들을 많이 만들어주셨다. 그래서 이 땅은 온갖 새들의 지저귐으로 가득 차게 되었고, 천상의 음악이 넘쳐나게 되었다. 그리고 새들은 하늘의 소리를 전하는 하늘의 전령이 되었다.


두 번째 어린이가 여쭈었다. ‘자비로우신 하느님, 형형색색의 빛깔로 가득한 하늘나라의 이 빛깔을 가지고 갈 수는 없겠습니까?’ 이에 고개를 끄덕이신 하느님께서는 그 고운 청을 들어주시어 그 누구도 결코 싫어할 수 없는 ‘꽃’들이라는 것을 넘치게 만들어주셨다. 그래서 이 땅은 말로써는 표현할 수 없는 색색의 꽃들뿐만 아니라 그 꽃들이 뿜어내는 향기로 가득한 세상이 되었다. 그래서 꽃들은 땅의 염원을 담은 땅의 얼굴이 되었다.


세 번째 어린이가 여쭈었다. ‘인내로우신 하느님, 하느님 계시기에 넉넉한 이 하늘의 하늘을 가지고 갈 수는 없겠습니까?’ 이에 여러 가지를 궁리하신 하느님께서는 뜻이 깊은 그 청을 들어주시어 항상 경외심을 담고 바라보지 않으면 안 되는, 그리고 항상 눈물로 하늘 고향을 그리워하게 할 수 있는 ‘바다’라는 것을 만들어 온갖 생물이 뛰어놀게 하시고 땅이 미처 담지 못한 아름다움들을 남김없이 담아주셨다. 그래서 이 땅은 바다와 더불어 반반을 이루어 땅의 끝이 어디이고 바다의 끝이 어디인지 알게 되었다.


네 번째 어린이가 여쭈었다. ‘좋으신 하느님, 저희를 위하여 이 모든 것들을 지으시니 당신을 찬미합니다. 그러나 이제 당신의 품을 떠나 살아가야하는 저 땅에서 가끔은 외롭고 슬퍼질지도 모르오니 그럴 때마다 저희의 이 작은 손을 잡아 함께 걸어줄 누군가를 만들어주실 수는 없겠습니까?’ 이에 오직 사랑할 뿐이고, 언제나 사랑하며, 모두를 사랑하는, 사랑만이 당신의 일이었던 사랑이신 하느님께서는 사랑만을 담아 ‘어머니’를 지으시고 그 어머니에게 자녀들의 손을 잡아 인생길에 동행하도록 하셨으니,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가 외로울 때면 잡을 수 있는 손이 있게 되었다.(2010년 6월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