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루/누淚

‘눈물 루/누淚’라는 글자는 모양(形)과 소리(聲)가 합쳐져 만들어진 형성문자이다. ‘물 수, 삼수 변(氵=水, 氺, 물)’의 의미 부분과 ‘어그러질 려/여戾(→루)’라는 발음 부분이 더해져 만들어졌다. 눈에서 나오거나 괸 물이어서 눈물이니 ‘삼수 변’까지는 그렇다쳐도 ‘어그러질 려/여戾’는 좀 풀어보아야 한다.

‘어그러질 려/여/태, 돌릴 렬/열戾’는 ‘집/지게 호戶’라는 글자와 누구나 잘 아는 ‘개 견犬’이 합해진 글자이다. (흔히 쓰는 단어 중에 ‘돌아올 반返과 어그러질 려戾’를 써서 ‘반려返戾’라고 하면 ‘되돌려 보내지다’가 된다.) ‘집 戶’는 문의 반쪽이어서 구멍, 출입구, 방이라는 뜻으로부터 ‘도울 호護’와 음音이 같으므로 입구를 수호守護하는 것으로 막다, 지키다, 주관하다는 뜻으로까지 나아간다. ‘개 견犬’은 개가 짖는 입 모양을 강조하여 개의 옆모습을 그린 글자라고 하는 것은 쉽다. 그런데 어그러진다는 것과 개가 무슨 상관인가 싶다. 그래서 그 개가 문 밑으로 억지로 기어 나오다가 문이 비틀리고 어그러져서 어그러짐의 뜻을 지녔다고 풀기도 하지만, 문 앞에서 쪼그리고 있던 개가 집 앞에 불청객이 나타나면 맹렬하게 계속 짖는 상황으로 보아서, ‘어그러질 려戾’는 ‘안정하다, 이르다, 사납다, 맹렬하다’의 뜻을 지니게 되었고, 낯설고 의심스러운 사람에게 개가 짖는 모양에서 ‘죄, 허물, 법’의 의미까지로 나아간다는 것이 훨씬 더 설득력이 있다.

이런 내용을 전제하고 ‘눈물 루淚’를 보면 개가 계속해서 짖는 것처럼 계속 이어지는 것을 의미하고 ‘삼 수氵’와 결합하면서 마음의 문인 눈이 어그러져 눈물이 계속해서 흐르는 모양을 나타낸다. 더불어 물이 빠르게 흐르는 것이나 촛농이 계속해서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어그러질 려戾’에 ‘삼 수氵’대신에 ‘마음 심忄’을 더하면 ‘서러워 할 려悷’가 된다. ‘서러워 할 려悷’는 눈물이 하염없이 계속 흐를 정도로 마음이 어그러져 슬퍼하는 것이다. ‘입 구口’를 더하면 ‘울 려/여唳’가 된다. 입으로 엉엉 소리 내어 우는 것이다.

조그만 종잇조각만 보여도 누군가의 이름을 그적거리고, 그 이름만을 적어도 눈물이 터져 나오는 아픔이 있다. 그렇게 눈물이 소리 없이 한참을 흐르고 나면 그래도 죽지 못해 다음 순간을 마주할 수 있게 되는 슬픔이 있다. 그렇게 눈물은 아픔과 슬픔에 연결되어 있다. 동물들과 비교해서 사람들은 울면서 자주 눈물을 흘리고, 앓으면서 아프고, 슬퍼하면서 슬프다. 그러나 내가 괴롭고 답답한 마음으로 많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그것은 누군가를 슬프게 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나의 특별한 사랑을 누군가가 알아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특별한 사랑은 바다를 보면 바다여서 눈물이 나고, 산을 보면 산이어서 눈물이 나며, 하늘을 보면 하늘이어서 눈물이 난다. 바람이 불면 바람이어서 눈물이 나고, 꽃이 피면 꽃이어서 눈물이 나며, 별이 뜨면 별이어서 눈물이 난다. 눈물이라는 것이 비참한 인간이 품위를 지니는 마지막 방도이기 때문일까? 슬픔과 신음의 눈물은 고운 이의 볼을 녹아내리게 한다. 이럴 때의 눈물은 울어서는 안 된다는 울음과 울기라도 해야 할 것 같다는 두 울음이 부둥켜안고 우는 울음이다.

눈물은 소금 맛이다. 눈물이 땅에 떨어질 때에는 이름 없는 작은 풀꽃이라도 한 송이씩 그 자리에 피어나기를 기도하기도 해 보지만 이내 그런 소박한 바램마저도 부질없다는 생각이 몰아치면서 쓸쓸해진다. 눈물은 늘 바람을 동반하고 비를 친구한다. 그럴 때 눈물은 스스로 노랫말이 된다. 눈물로써만 씻을 수 있는 죄들이 있지만, 눈물로도 씻어지지 않는 죄들이 있다. 눈물을 흘려서 뉘우쳐야 하는 자가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고 거저 레테를 건너고 생수를 마실 수 있다는 것은 하느님의 거룩한 뜻을 깨트림이다. 그래서 자신의 눈물로써 항상 미소를 감추고 자신의 미소로써 항상 눈물을 감추어야 하는, 아직 이 땅의 광대들은 얼굴 위의 흰 칠을 매일 덧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