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독毒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온 세계가 두려움을 갖고 많은 이가 신음하며 몸살을 앓고 목숨을 잃는다. 바이러스라는 말의 근원을 쫓아 올라가면서 바이러스(virus)와 세균(bacterium, germ)의 차이를 공부한다. 세균보다는 크기가 아주 작고 늦게 발견되었으며, 살아있는 생물체인 숙주宿主, 곧 호스트가 있어야만 활동할 수 있는 생명과 물질 사이에 존재하는 바이러스는 라틴어에서 ‘끈적끈적한 액체류 같은 독毒slimy liquid, poison’을 뜻하는데 한자 말로는 ‘병독病毒’이라 옮긴다. 반면 독립된 세포로 이루어진 생물인 ‘세균細菌’에서 ‘버섯 균菌’이라는 글자는 ‘풀 초艹’와 ‘곳집 균囷’의 합자인데, ‘벼 화禾’를 가운데 품고 수확한 벼를 보관하던 창고(囗)를 그린 ‘곳집’이어서 곰팡이가 잘 자라던 습한 장소이고, 艹는 그곳에서 자라던 ‘버섯(곰팡이)’이다. 세균은 공기 중이나 사람의 몸속 어디서나 먹이가 있는 곳에서 증식한다. 인체에 위협을 가하는 바이러스는 항바이러스제로 치료하고, 세균류는 항생제로 치료한다.

바이러스는 결국 독毒이다. 그런데 그 ‘독 독毒’이라는 글자는 ‘어미 모母’를 바탕으로 시작되었다. ‘어미 모母’라는 글자를 약간 옆으로 돌려볼 때 이는 ‘여자 여女’라는 글자에 젖을 물려 아기를 양육하는 어미 가슴을 두 개의 점으로 표현한다. 이처럼 ‘여자 여女’를 바탕으로 하는 글자에서 사물이나 사람에게 해가 되는 독을 가리키는 글자가 시작되었다는 것은 의외이다. ‘어미 母’라는 글자 위에 ‘사람 인人’을 올리면 ‘매양 매每’가 되면서 날마다 젖을 물려야 하는 어머니, 혹은 매번 어머니로부터 젖을 먹어야 하는 아기로 ‘늘’이나 ‘마다’라는 뜻을 담지만, ‘어미 母’ 위의 ‘사람 인人’이 통상 여성들이 머리에 꽂는 비녀이니 비녀가 둘이 될 때면 ‘음란할 애毐’, 셋 이상 여럿이면 ‘독 독毒’이 된다. 사전도 『‘독 독毒’은 설이 분분하나 ‘음란할 애毐’에 가로획이 하나 더해짐이 분명하다. 머리에 비녀를 여럿 꽂아 화려하게 장식한 여인(母)에서부터 ‘농염하다’는 뜻을 그렸고, 그러한 여자는 남자를 파멸로 이끄는 ‘독’같은 존재라는 뜻에서 ‘독’의 의미가 나왔다. 비녀를 꽂지 않은 모습이면 母이고, 하나를 꽂은 모습이면 ‘매양 매每’이며, 여럿 꽂은 모습이 毒으로 표현되었다. 설문해자에서는 ‘떡잎 날 철屮’과 ‘음란할 애毐’로 구성되어 독초를 말한다고 했다.(하영삼, 한자 어원 사전)』라고 풀이한다.

비녀가 셋 이상이어서 독이 되는 ‘팜 파탈femme fatale’이든, 어둠에서 번식한 음란의 싹이든, ‘독毒’은 일단 무섭고 두렵다. 인간에게 중독이고 치명이다. 불가佛家에서는 셀 수 없는 인간의 생각이 탐욕(貪慾), 분노(진‧瞋), 어리석음(치‧癡)이라는 3독三毒이 묻은 가시들 같아서 인간을 윤회시키는 전염병의 원균原菌들이라 했다.

그렇지만 독버섯이 그렇듯 독초는 그 아름다움에 비해 나를 건드리지 말라고 ‘약藥’과 ‘독毒’을 함께 지닌 여린 품종이기도 하다. 백신도 미량의 독을 미리 주입해서 면역을 자가생성하자고 하는 원리가 아니던가? 독초는 사람들이 독초라고 규정했을 뿐이지 독초 자신이 스스로 칭한 것은 아니다. 자신은 그저 풀이다. ‘독초’는 인간의 논리이다. 그렇듯 꽃밭에 숨은 독사, 낙원의 뱀이 지녔을 독에는 호기심과 상상, 두려움과 진귀함, 섬뜩함과 놀라움, 징그러움과 아름다움, 쓰디쓴 것과 달콤함, 욕심과 기쁨, 격정과 쾌락, 죄와 탐스러움, 미움과 사랑, 죽음과 삶이 함께 담겼다.

어수선한 요즘이다. 생각이 상상되고 상상이 환상, 망상을 넘어 살상殺傷이 된다. 사람과 세상사가 본래 정중동靜中動이며 동중정動中靜이다. 정신없이 살다가 정신 차려야 할 순간이다. 해독解毒의 때다. “하느님께서는 만물을 존재하라고 창조하셨으니 세상의 피조물이 다 이롭고 그 안에 파멸의 독이 없으며 저승의 지배가 지상에는 미치지 못한다.”(지혜 1,14) 하였고, 예수님께서도 “손으로 뱀을 집어 들고 독을 마셔도 아무런 해도 입지 않으며, 또 병자들에게 손을 얹으면 병이 나을 것이다.”(마르 16,18)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