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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4/30 누나 by benji
  2. 2007/04/30 봄 앓이 by benji

누나

 

볼 일이 있어 외출을 했었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전남 광주에 있는 예순 일곱의 홀로된 누나이다. 감기 걸린 듯이 목소리가 이상해 왜 그런가하고 물었더니 징징 운다. 독자 집안에 출가해서 아들을 셋이나 낳아 남부럽게 출가까지 시킨 누이이고, 며느리며 자식 후손들까지 요새 사람들 같지 않다는 효자 효부 효손들 소리를 주변으로부터 듣는 것이고 보면 복을 많이 받은 누나인듯도 싶으며, 정년까지 큰 변고 없이 잘 지내시던 매형이 정년 후 1년 반만에 다소 이기적인 듯도 싶을만큼 야속하게 누나만을 남기고 떠난 뒤에도 아들들 덕 볼 것 없다고 용감하게 혼자 잘 사는가 싶었던 누나이고, 방광암에 걸려 어려운 수술을 여러 번 해야했던 누나이며, 그럼에도 지방에 뚝 떨어져 혼자서 잘도 사는가 싶던 누나였는데 해가 뜬지 한참이나 지난 아침 10시가 된 뒤에야 나에게 전화를 해서는 다짜고짜로 울어댄 것이다.


사연인즉슨 방광암에 걸린 사람들이 흔히 하는 수술 뒤 오줌 주머니를 차고 다녀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누나인데 가끔씩은 그 오줌 주머니라는 것이 잘못되어 터지는 경우가 있는 모양이다. 오늘 아침에도 집에서 혼자 있다가 그런 일이 있었고, 그러다보니 가뜩이나 깔끔을 떨고 남에게 행여 흐트러진 모습보이는 것을 싫어하는 누나 성격에 집에서 혼자 있을 때 일어난 일임에도 불구하고 문득 스스로 처량해지고 '내가 이렇게 살고있는 꼬락서니가 뭔가?'하는 외로움으로 범벅된 서러움이 몰려왔다는 것이다. 밥도 안 먹고 10시까지 혼자 꺼억꺼억 울다가 당신 말에 의하면 아무 곳에도 전화 할 데가 없어 나에게 전화했더란다.


밖에 외출을 하여 누군가와 긴한 얘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런 전화 앞에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어 참 난처한 지경이 되었다. 어쩔 수 없이 손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20여분 통화를 하면서는 더더욱 난감한 상황이 되었는데, 이는 도대체 어떻게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른다는 내 자신에 대한 답답함이 몰려왔기 때문이었다. 결국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먹고 죽은 뭐는 떼깔도 좋다는데 우선 밥이나 먹고 우시면 어떤가?' 하는 말을 한 것이 전부였고 그 말에 누나는 가까스로 울다가 웃으면서 '알았어. 그럼 밥이나 먹을라네.' 하고 눈물을 훔쳤다.


인생이라는 것이 그런 것인가 싶어진다.

결국 인생이란 것이 혼자이고 마는 것인가 싶어진다.

세상을 등진 것이 아니요,

세상을 선택한 것은 더더욱 아닌

소위 수도자의 삶도 마찬가지일 것인가 싶어진다.

마음 저 밑바닥 고요한 곳에서

고독의 자아와 나름대로 처절하게 직면할 수 없다면

인생은 끝내 공허한 가면이고

외로운 환상이며

우스꽝스러운 허세이거나

무기력한 염세일 뿐인가 싶어진다.

누나는 아마도 지금 결코 외로움만은 아닐,

이런 고독의 과정을

언뜻언뜻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보다. (2002.12.9)

Posted by benji

2007/04/30 17:21 2007/04/3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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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앓이

 

봄 앓이


간밤에 시작한 비가 아직까지도 몹시 내린다. 갑자기 감기 손님이 찾아왔다. 며칠 전에 저녁 바람이 선선해서 앞뜰을 몇 바퀴 돌았더니 그게 화근이었나 보다. 침을 삼키기 어려울만큼 목이 아프고 열이 오락가락하고 그리고 콧물이 멈추질 않는다. 이렇게 계절이 바뀌면서 한 번씩 앓게 되는 감기를 따라 사람들도 나이테가 하나씩 생기듯이 그렇게 늙어가는 것일까? 그리고 그렇게 죽어가는 것일까?


그러지 않아도 며칠 전 어머니와의 전화통화가 전깃줄에 연이 걸려있듯이 그렇게 마음 한켠에 걸려있다. 나의 어머니는 올해 88세이다. 사실 남들이 누리지 못하는 건강으로 지금까지 잘 살아오신 편이다. 나는 그것을 가난했던 시절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무엇이든 잘 잡수셔서 생존해야만 했던 그런 결과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니면 유달리 떫은 감을 좋아하시고 쓴 것을 맛있다고 잡수셔야만 했던 그런 결과라고 생각한다. 어른이 되어서야 나는 떫은 감 보다는 단감이나 홍시가 더 맛있고 더 비싸며, 쓴 것 보다는 단 것이 훨씬 더 입에 넣기에 좋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같다. 아마 그런 것이 철들고 어른이 되어가는 것일까?


그런 어머니께서 지난 달 하순께 쓰러지셔서 입원해 계신다 했다. 입원하고 한참이나 지나서 조카의 메일을 통해서야 소식을 듣게 되었다. 사실 지금까지 열여섯에 집나와 출가한 셈이었으니 어머니와 자식간에, 형제들 간에 뭐 그리 끈끈한 정이 있고 또 애지중지 할 만큼 얼기설기 정이나 연분이 있을까마는 그럼에도 한참을 지나 우연처럼 내 어머니의 입원소식을 들어야 하는 것은 인간적으로 아플 수 있는 회한이 된다. 물론 나에게 걱정 끼치지 않으려 했다는 배려였을지라도 말이다. 어차피 수도자의 삶이라는 것이 그런 것 일진데 그렇게 살아야만 하는 것을 내가 그 동안 잘못 생각하고 살았던 것일까? 작년엔가 재작년엔가 내 생일 무렵에 당신 용돈을 3년간 곗돈 부어 모은 천만 원을 내게 보내시며 ‘내 죽기 전에 한 번 하고 싶었던 일이었다.’던 어머니의 마음이 새롭다. 반쪽이 마비가 된 채로, 골절까지 입은 상태로 어지간히 성미가 급하신 분이 말도 잘 못하게 되었으니 참 안타깝다. ‘나 아직 안 죽을 것 같아. 걱정 말고 회의 잘 마치고 와. 기도해.’하는 뜻으로 간신히 해석되는 말씀을 끝으로 더 이상은 전화할 용기를 못내고 있다. 올 봄은 이렇게 이래저래 봄 앓이를 하며 넘겨야 하나보다.(2002.4.4)

Posted by benji

2007/04/30 17:05 2007/04/3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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