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나 찾으러 가자 !

시계나 찾으러 가자 !

내가 TV를 너무 많이 보았는지 모르겠다. 흔히 하는 말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사건이나 재판에 계류 중인 사건에는 수사나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소지가 있어 그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법 공부를 하지 않은 주제에도 이렇게 알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런 얘기는 정말 수사나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높은 위치에 있는 분들에게나 해당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나에게는 별 상관이 없을 듯하다. 또 어느 정도 공인이라면 공인일 나의 신분에서는 찬반양론이 극명하게 갈릴 소지가 있는 사안들에 대해서, 특별히 정치적인 사건에 대해서는 이쪽이건 저쪽이건 그 어느 편도 들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그저 입을 다물고 피해 있는 것이 상책일 것 같다. 그러나 선물이나 돈을 주고받은 얘기는 굳이 정치적인 사건이라 할 수 없을 것이고, 주었다는 쪽이나 받았다는 쪽이나 주고받음 그 자체에서는 양자가 분명한 상황이니 굳이 찬반양론으로 편가르기도 되지 않을 내용인 것 같아 이렇게 쓰기로 한다.

대통령의 ‘수신제가’ 직무유기

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개인적으로 만나본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 그분에게 서운한 적도 없고 뭘 어떻게 해 달라고 그 흔한 인터넷 청원 비슷한 것도 해 본 적이 없다. 한마디로 전혀 이해관계가 없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어떤 이유에서건 대통령 재임 시절에 가족들이 많은 돈을 받았다는 사실로 소환되는 대통령을 목격하면서 국민들 모두가 그러했듯이 나도 심란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었다. 몇날 며칠을 두고 유리창 너머를 의식하며 집 안에서조차 자유롭지 못하게 지내야 하는 전직 대통령 내외의 고생, 이를 취재하려는 쪽의 고생, 명예를 지켜 드리려는 사람들의 고생, 일상의 바쁜 농사일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는 마을 사람들의 고생, 생중계로 따라붙어야 하는 사람들의 고생, 휴게실에서조차 내릴 수 없어 몇 시간을 달려야 하는 고생, 순간 순간 몸으로 이쪽저쪽을 막아서야 하는 사람들의 고생. 어디 그뿐이랴, 그러한 상황을 주도면밀하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기획해야 하고 적절하게 풀어내야 하는 사람들의 밤샘 고생들까지 합치면 정말이지 이런 국가적인 고생과 손실과 에너지 낭비가 없다 싶다. 지구상 그 어떤 나라에서도 보지 못한 이런 생중계를 번번이 목격해야 되는 상황들이 그저 참담할 뿐이다.

서민에 박탈감 주는 ‘액수 타령’

나는 이 모든 것이 과거의 정권을 뿌리째 부정하면서 자신을 정당화하려는 현 정권의 시도인지 아닌지, 보통사람들이 모르는 정치적 이득을 달성하기 위해 현 정권이 벌이는 치밀한 기획인지 아닌지, 현 정권이 잃어버린 10년을 보상받기 위해 벌이는 교묘한 정치적 보복인지 아닌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왕 이렇게 된 마당에, 역대 어느 대통령과 비교해서는 상대적으로 받은 액수가 적어 고민이라는 얘기만큼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도대체 얼마만큼이 큰 액수이고 또 얼마만큼이 적은 액수인지, 돈 몇 만원에 싸우고 지지고 볶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닥칠 심리적 공황이 걱정되어서고, 그런 기준으로 법이 적용될 때 올 사회적 파장이 걱정되는 까닭이다. 거꾸로 이런 부류의 수사에 임하는 분들이 후렴처럼 되뇌는 ‘몰랐다’는 얘기도 그만 들었으면 좋겠다. 역대 대통령의 가족과 자제분들이나 높은 분들 다수가 돈 받고 감방에 다녀온 최근의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을 하거나 높은 분을 하려면 혹시라도 내 가족들이 그러지나 않을까 그 많은 비서관들이나 측근을 동원해서라도 꼼꼼히 수시로 살펴야 하는 수신제가(修身齊家)의 직무를 유기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방학 때는 고생해서 몇 십만원 벌려는 아르바이트 걱정을 하지 말고 애들에게 봉하마을 논둑길에 버렸다는 시계나 찾으러 가자고 했다. 1억짜리가 2개나 되니 요행히 찾으면 횡재 아니냐고 했다. 또한 역사적 가치와 시대적 가치를 담아 대단한 경매 프리미엄이 붙지 않겠냐고도 했다. 애들의 한결같은 대답은 ‘에이, 설마 버렸을라고요’였다. 하기야 찾아내서 주웠다 해도 그것은 경찰서에 신고해야 되는 물품일 것 같기도 하지만 말이다.(2009년 5월 23일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