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수염이라도 길러야 하나?

 

주변과 역사를 돌아다보면


콧수염을 기른 사람들 중에


유독 나쁜 사람인 것 같은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고 콧수염을 기르신 분들을


비난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냥 우스개소리일 뿐이다.


예를 들어 내가 이렇게 말하는 논거를 대자면,


히틀러도 그렇고, 쉬탈린도 그렇고, 사담 후세인도 그렇고 등등.


뿐만 아니라 나의 유학 시절


내가 살던 집에는 18개국 사람들이 함께 살았는데


유독 콧수염을 기른 녀석들이


말썽꾸러기였었던 것도 한 근거가 된다.


그건 그렇다 치고 나도 그 콧수염을 길러야 될지도 모르겠다.



무슨 헛소리인고 하니


내가 나 혼자만의 착각인지는 몰라도


나이에 비해 한 10년은 젊게 보여서 받게 되는 불이익이랄까


주변에 없어도 좋을


혼란까지 야기시키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나도 콧수염이라도


길러 나이나 품위가 좀 있게 보여서 행세해야 할 때


행세를 좀 해야겠다 싶어서인 것이다.



엊그제만 해도 그렇다.


애들 인솔하고 온 어떤 본당의 보좌신부가,


이제 갓 서른이나 되었을 신부 3년 차인 신부가,


나와 함께 하는 나보다도 더 연상이신 원장 수녀님을


내 보기에 이유도 없이 하도 닥달하고 몰아부치기에


옆에 가 서서 두 발 모으고 얌전하게,


내가 이 집 원장이라 소개하고


여러 가지로 미숙한 것 잘못된 것 있으면 용서하시라 했더니


자기는 소파에 앉은 채로 나를 치켜 올려다 보면서


원장 같지도 않게 생겨서 그랬는지,


너무 어리게 보여서 그랬는지


내 말을 싹둑싹둑 중간에 잘라 가로 막아가면서


어쩌고 저쩌고를 되먹지않게 계속한다.


그래도 옛날 성질 다 죽었다싶게 우선 그 자리를 피했는데


그 신부님께서 여전히 우리 수녀님께 계속하시는 것이


내 사무실에 다 들려 왔고,


결국 다시 나가서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얘기의 내용을 떠나서


얘기하는 형식과 갖추어야 할 예의라는 것도 있다고 말이다.


나의 얘기는 옳았는데, 결국 내 행실도 형편없었나 보다.


그 신부가 돌아갈 때 내게 와서 죄송하다는 말 한 마디도 없이


아마도 미운 마음만을 가지고 가버렸기 때문이다.



나를 포함해서 신부 수녀 못된 것은


정말이지 골치가 딱 아프다.


어떤 형태로든 벌주고 책임을 물을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콧수염이라도 좀 길러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해 본 헛소리이지만


그래도 아직은 그렇게 변장까지는 하고 싶지가 않다.


그 신부님께서 나와 이 집을 미워하시는 마음이


오래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2001.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