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볼레짜

 

amorevolezza




이태리 말이다. 발음은 철자 그대로 아모레볼레짜라고 읽는다. 어줍잖게 아는 서양말인 탓에 오랫동안 번역에 골머리를 앓는 단어 중 하나 였다. 영어로도 잘 번역이 안되어 그저 loving kindness 라고 곧잘 번역하곤 한다 하는데, 알 것 같으면서도 도대체가 그 뜻이 무슨 뜻이지를 몰랐었던 말이다.




왜 이 말이 그렇게 중요하고, 또 집착해야 했던가 하면 내가 몸담고 있는 살레시오 수도회의 돈 보스꼬 교육을 이야기 할 때 중심개념으로서 꼭 거론이 되는 창립자의 중요한 어휘이기 때문이었다. 서양사람들에게 어렸을 때부터 수도 없이 설명을 들었고 이태리에 소위 유학까지 했었지만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던 말 하나가 바로 이 말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30여 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완전히 모르고 있던 말이었는데 엊그제야 나는 이 말을 완벽하게, 적어도 개념적으로는- 이해하는 계기를 가지게 되었다. 이 곳 춘천교구의 교구장이신 장익 주교님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듯이 일곱 여덟 개의 말을 모국어처럼 구사하신다는 분 이신데 바로 그 분께 이 단어를 여쭈어 보게 된 것이었다.




내 질문을 받으신 주교님께서는 이렇게 저렇게 궁리하시더니 “자애(慈愛)”가 맞다하시고는 그 뜻을 이렇게 설명해 주셨다. 이태리말의 amorevolezza는 어떤 대상 그 자체의 아름다움과 그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이 합쳐진 두 가지 차원이 담긴 말인데, 자애의 ‘자(慈)’자에 보면 가운데 실’사(絲)’가 하나 들어있고 밑에 마음 ‘심(心)’자가 들어있어 참으로 아모레볼레짜라는 말마디가 담은 두 가지 뜻을 모두 담아 적절하게 묘사하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라 하셨다. 즉 실’사’는 나비가 되기 위한 애벌레를 담은 누에고치가 아롱다롱 귀엽고 사랑스럽게 매달린 모습이고, 그 밑의 마음 ‘심’은 그를 보는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것이다. 이렇게도 쉽고 간결하게 설명해 주시는 것을 나는 몇 십 년이나 고민했었나 허탈하기까지 했었지만 참으로 뿌듯했다.




그러니까 성인 돈 보스꼬는 이 단어를 사용해서 청소년들의 교육을 요약하고 싶으셨던 듯 싶다. 주교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그 동안 그저 선배들이 하는 대로 따라서 수도 없이 되 내었던 돈 보스꼬의 말씀이고 살레시오회의 대(大)명제인 “청소년들은 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또 청소년이라는 그 자체만으로도 사랑 받을 만 합니다”. 또한 “청소년들을 사랑하는 것만으로 족하지 않습니다. 청소년들이 사랑 받고 있음을 알만큼 사랑해야 합니다”. 라는 유명한 말씀들이 바로 이 아모레볼레짜 곧 ‘자애’라는 말마디에서 선명하게 개념적으로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주교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면서 더욱 많은 공부를, 제대로 해야겠다 싶다.(2001.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