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요謠

‘노래 요謠’라는 글자는 ‘말씀 언言’, 소릿값이면서 ‘천천히 흐르다’는 뜻을 나타내는 글자 ‘질그릇 요䍃’로 이루어져 말을 천천히 늘여서 노래한다는 뜻으로 ‘풍문’이나 ‘소문’의 뜻까지 담았다고 했다. 그런데 노래나 말이므로 ‘말씀 언言’이 붙어있는 것은 그럴듯한데, ‘질그릇 요䍃’라는 글자가 붙어있는 연유가 궁금하다. ‘질그릇 요䍃’는 질그릇을 나타내는 회의 글자로 ‘고기 육肉’의 변형 + ‘장군 부缶’로서 이때 ‘장군 부缶’는 진흙으로 빚어 만든 액체를 담는 질그릇이나 항아리, 화로처럼 생긴 그릇이나 악기류를 말한다고 했으니, 악기와 노래가 연관된 것일까?

그런데 글자의 해설은 다른 내용을 전한다. ‘노래 요謠’라는 글자에서 ‘질그릇 요䍃’가 붙은 까닭은 『질그릇을 빚는 모양새이고, 질그릇 같은 것을 빚으면서 반주 없이 혼자 흥얼거리는 노랫가락의 뜻을 담기(하영삼, 한자어원사전, 579쪽)』 위한 것이라 하거나, ‘요䍃’라는 글자 자체가 질그릇과는 상관없이 『여우의 생김새를 그려놓아 ‘노래 요謠’는 전체적으로 여우가 말하는 모습을 나타내면서 ‘여우의 말’이라는 뜻으로 표현했다(네이버 한자사전)』 하기도 한다. 예부터 여우는 교활하고 재주나 꾀가 많으며 사람을 홀리는 동물로 알려져 여우가 하는 말이 부정적인 의미에서 소문이고 풍문이라면 후자가 그럴듯하다. 그래서 ‘노래 요謠’는 노래나 가요歌謠, 소문, 풍문, 헐뜯음 같은 뜻을 담았다는 것이다. ‘질그릇 요䍃’는 질그릇 빚는 노랫가락일까, 여우일까?

‘동요童謠’라는 말도 그렇고, ‘서동薯童’이라는 어릴 적 이름을 가졌던 백제 무왕武王(580~641년)이 선화공주를 얻기 위해 아이들에게 부르게 했다는 ‘서동요薯童謠’에도 ‘노래 요謠’가 있다. 여우 얘기를 하면 금방 ‘요사스럽다’ ‘요망스럽다’ 할 때가 생각나지만, 이때는 ‘노래 요謠’가 아닌 ‘요사할 요妖’를 쓴다. ‘노래 요謠’는 여러 곳에서 떠도는 말, 곧 ‘소문所聞’을 한자어로 옮겨 ‘요언謠言’이라 할 때 사용한다. 요언謠言은 영어로 ‘루머rumor’이며, 요샛말로는 ‘가짜 뉴스’이다. 가짜 뉴스는 영어 fake news의 번역이겠지만, 오보misinformation, 허위정보disinformation, 날조뉴스made-up news를 아우른다. 가짜 뉴스는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인터넷의 조작된 클릭 수를 이용하여 주류를 이루고 진실이 아닌 진실이 된다. 못된 이들은 끊임없이 못된 일을 궁리하며 교묘한 조작을 연구한다.

로마 신화에서 소문의 여신은 ‘파마Fama’이고 영어의 ‘fame(평판, 풍문)’이 여기에서 나온다. 파마는 수천 개의 창문과 통로가 있는 집에 살고, 모든 것이 내려다보이며 세상에서 하는 소리가 다 들리는 곳에 살며, 집은 메아리가 잘되도록 놋쇠로 짓고, 문은 항상 열려 있다고 했다. 베르길리우스Publius Vergilius Maro(기원전 70~19년)는 파마의 온몸이 솜털로 덮여있으며 그 솜털마다 반짝이는 혀와 눈, 입과 귀가 달린 괴물로서 움직일수록 강해지고 이동할수록 힘을 얻는다고 했다. 소문은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생각보다 멀리 가고, 생각보다 훨씬 큰일이 될 수 있으며, 못된 소문일 때는 사람까지 잡는다.

누구나 체험하는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엄청나게 큰일마저 헛소문과 뜬소문이 되면서 더욱 기승을 부리고, 개인사만이 아니라 나랏일에 이르기까지 그럴듯한 음모론이 되어 사회 전체를 더욱 불안하게 하며, 심지어 폭동을 일으키게도 한다. 소문은 아주 조그만 것에서 시작하다가 너도나도 공유하기 쉬운 단순 형태가 되고, 더하기만 하는 산수처럼 눈덩이가 되며, 어떤 단어나 숫자 같은 정교함의 예와 구호, 부분 팩트fact로 전체를 그럴듯하게 압도하고, 개인의 선호와 사고를 공유하는 신념 집단을 탄생시키면서 진화해간다.

버선목이라 뒤집어 보이지도 못하고, 설령 보여준다고 하더라도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어 무시하는 게 보통 사람들의 상책이지만, 그래도 ‘요언謠言’ 앞에 선 현대인은 가끔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이래저래 몹시 피곤하고 답답하다. 거짓 증언과 거짓 고소, 그리고 거짓 맹세는 인간의 역사만큼이나 그 역사가 길지만, 그래도 “거만한 눈과 거짓말하는 혀 무고한 피를 흘리는 손”(잠언 6,17)을 두고 “하느님께서 듣지 않으신다 함은, 전능하신 분께서 보지 않으신다 함은 거짓”(욥기 35,13)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