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서원의 세 가지 뜻

수도서원의 세 가지 뜻

 

수도생활이란

천국의 삶을 미리 살면서

세상 사람들에게

이를 미리 보여주는 삶이라 한다.

 

그래서 수도생활을 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조용한 일상사 안에서

기쁨과 인생의 의미,

그리고 하느님의 뜻을 발견하려고

매일매일 훈련하는 과정이다.

 

그럼에도 수도자들은

수도원에 오기 전에 살았던 세속의 논리를

오랜 기간 동안 벗지 못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유별난 삶, 자극적인 체험, 과장된 행동 같은

극적인 삶을 꿈꾸고 동경할 수가 있다.

그러나 영화나 TV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수도생활은 보통의 수도자들에게

결코 주어지지 않는다.

 

수도생활을 위해

수도자들은 세 가지 약속을 한다.

 

수도자들은,

 

첫째,

내 의지나 의사와는 무관하게 살기로 약속한다.

내가 원하는 식이 아니더라도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더라도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니더라도

내가 원하는 때가 아니더라도

주어지는 대로

그렇게 살기로 약속한 것이다.

 

둘째,

수도자들은 내가 함께 살고 있는 그 꼴통을

내 형제요 자매로 인정하겠다고 약속한다.

그저 싫고 접촉하기 꺼려지는 형제나 자매라도,

도저히 함께 일할 수 없는 형제나 자매라도,

서로의 인생에

제발 서로 엉키는 상황이 아니었으면 하는

형제나 자매라 할지라도,

그런 형제나 자매를

피를 나눈 형제나 자매 이상으로

존경과 우정, 그리고 사랑으로

함께 살겠다고, 그렇게 약속한 것이다.

 

셋째,

불평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내가 믿는 최선에 절대적인 반대일지라도,

머저리 같고 바보 같으며

미친 짓이라고 여겨지더라도,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그런 상황에서도,

불평하지 않고

묵묵히 모든 것을 받아들이겠다고

그렇게 약속한 것이다.

 

곰곰 생각해보면

어찌 이 세 가지만을 약속했으랴 싶기도 하고

어찌 보면 이 모든 일이

정말이지 은총으로나 가능한 일이겠기에,

그래서 수도자들은 매일 매일 은총을 기도한다.

 

지나온 시간들

지나온 시간들

 

우리는 지나온 시간들을 돌이켜 보면서

과거를 두 편으로 나누어 생각하는 습성이 있다.

 

한 편은 감사해야 할,

그리고 오래도록 기억되어졌으면 좋을,

그런 은혜로운 순간들이고,

또 한 편에서는 잊어버려야 할,

아니 어쩌면

우리의 잠재의식 속에서 잊어버리고 싶어지는,

차라리 없었으면 좋았을 법한 체험의 시간들이다.

 

감사하며 은혜 속에 산다는 것은

우리의 모든 과거들,

좋았던 순간만큼이나 나빴던 순간,

그리고 기뻤던 때만큼이나 슬펐던 때까지도

그 모든 것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지금 내가 서있는 현재의 이 자리에

우리를 있게 했던 지나온 모든 순간들을

우리는 하느님의 인도하심이라 이름 지어야 한다.

 

그렇다고 지나온 과거가

그런 대로 괜찮았었다고 자위하자는 말은 아니다.

또 그저 잊어버리자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자비로우신

하느님의 현존을 벗어나 이루어진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고 말하여야 된다는 것이며,

이는 지난날과의 용서요 화해를 뜻한다.

 

이처럼 우리의 지나온 순간들을

은총의 빛 안에 옮겨놓는 일은 무척 힘든 일이다.

 

심지어는 부끄럽고 죄스러웠던,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법한 일들까지도

하느님의 눈으로 보겠다고 결심하고

용기를 내야하는 일이다.

 

하느님의 자비를 더욱 깊이 깨닫고,

하느님의 인도하심에

더욱 깊은 신뢰를 가질 수 있으며,

근본적으로 우리의 삶이란 것이

하느님께 연결되어 진 것임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그런 과정을 살아야 하는 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