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졸라맨이다

 

나는 졸라맨이다




나는 졸라맨이다.


요즘 애들이 쓰는 말에 ‘졸라맨’이라는 말이 있다.


아마도 상상은 가지만 차마 이곳에 쓸 수는 없는


XXX 라는 부사적 욕설에서 부터 파생되어


옛날에 유행되던 ‘배트맨’에 합성쯤이 되었을 법한 말이다.


그 뜻은 별로 없다.


단지 졸라맨은 ‘변신의 귀재’로 통한다.


그런 뜻에서라면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저런 변신과 혼돈,


그리고 뒤바뀜을 살아야만 하는 우리 애들은 정말 졸라맨이고, 나 역시 졸라맨이다.




설명할 필요도 없이


신부니까 신부다운 일상사도 해야 하고,


이것저것 결재 할 일도 심심찮게 있고,


공부도 해야되고,


이 우아한 홈페이지도 성실하게 관리해야되고,


전화도 받아야 되고,


공사장에 나가 인부들하고 이러쿵 저러쿵 시시비비도 해야하고,


공무원들도 만나야되고,


여기저기 나가서 강의도 해야하고,


애들도 만나야 되고,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말이다.


어젯밤처럼 강가에 나가


강에서 쏘가리를 잡아가려는


소위 머구리 꾼들을 감시해야되는 시민 파수꾼도 해야 한다.


어젯밤에는 늦게까지 형사기동대와 방송국 기자들과 같이


시민 파수꾼을 해야 했다.


내가 사는 곳 옆은 바로 강이고, 상류중의 상류이다.


아카시아 꽃이 필 때부터 7월 중순까지는 쏘가리의 산란기이다.


쏘가리는 민물고기 중에서 최고로 치는 비싼 물고기이다.


현 싯가가 Kg 당 8 만원이라 하니 비싸긴 비싸다.


더구나 천연기념물인 황쏘가리는 십 몇 만원 할게다.


그러다보니 잠수복입고 어두운 밤에 강속을 뒤지는


머구리꾼들이 이맘 때 쯤이면 극성이다.


그래서 그걸 보고 지나치지 못하는 내가


스스로 시민파수꾼 노릇을 하게 된 것이었다.




나는 머구리꾼이 싫다.


괜스레 밤중에도 나더러 졸라맨이 되라하는


머구리꾼이 싫은 것이다.




나는 쏘가리가 엄청 많아져서


쏘가리가 잡기 귀찮은 물고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니면 우리나라 부자들이나 높은 양반들이


쏘가리를 먹지 않고서도


엄청 정력적이고, 엄청 건강한 그런 분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것도 아니면


쏘가리 먹는 사람들은 쏘가리가 지겨워 질때 까지


쏘가리만 먹였으면 좋겠다.


그것도 천연기념물이라는 황쏘가리만 골라서 말이다.


그러면 그것을 먹은 사람들도 쏘가리 닮아


금빛 찬란한 천연기념물이 되게 말이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천연기념물이


무지무지 많은 나라가 될 것이잖은가 말이다.


A-썩어질! (2001.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