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주말

 

첫 주말




로마에서의 첫 주말이었다. 여기 공부하고 있는 후배들을 만나고 또 오랜만에 돌아 온 로마에 인사도 좀 할 겸 시내에 나가기로 했다. 물론 내가 지금 묵고 있는 이 살레시오회 본부라는 곳이 로마 외곽에 있는 곳이기에 어지간히 각오는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될 줄은 상상을 못했다.




먼저 후배들을 만나기 위해 1시간이 넘게 버스를 갈아타면서 그렇게 가고, 한국 사람이 가고 싶은 한국 식당은 너무도 비싸서 값이 비교적 싼 곳이랄 수 있는 중국 음식점으로 가서 점심을 먹고, 거기까지는 그런대로 그래도 괜찮았다. 돌아오는 길에 좀 빨리 오겠다고 머리를 쓴 것이 탈이었다. 로마 한 쪽에 교외선 시발역이 있으므로 거기에 가서 교외선을 타고 다시 버스를 갈아탄다면 한 30 여분은 절약이 가능할 것 같아 그렇게 하기로 했다. 교외선 역에까지 후배들이 동행했고 거기서 1시간 30 여분을 기다렸는데도 도무지 기차가 오질 않는 것이었다. 사실 홈에는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기에 별 의심이 없었다. 특별히 내가 타려고 했던 그 교외선은 공항으로 가는 기차이므로 비교적 정확하고 빠른 것이 사실이었는데도 오랜 시간을 기다렸으나 감감 무소식이었다. 우리 일행 다섯 모두 이태리 말을 잘 하고, 또 우리 중 셋은 로마에서 현재 살고 있는 이들이었기에 오지 않는 기차를 알아본답시고 역사 여기저기에 가서 물어도 보고 별 짓을 다 해 보았음은 당연한 사실이다. 한 시간 반만에 우리가 도달한 결론은 역무원들과 철도청 관계자들이 기습적인 파업을 했다는 것이고, 우리는 결국 그 역을 떠나야만 된다는 것이었다. 애초에 시내로 나갔던 방법으로 되돌아오기로 작정하고 중앙역전에 가서 버스를 탔는데, 갈아타야 할 지점에서 또 다시 봉착한 문제는 일요일이기에 많은 버스가 다니지 않고 한 시간 반 간격으로 다닌다는 것이고, 그곳에 도착할 무렵에 갈아타야 할 버스가 떠났다는 것이며, 결국 한 시간 반을 다시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길래 어두운 밤길이지만 걷기로 하고 걸었다. 주로 차들이 다니고 가로등도, 또 인도도 없는 2차선의 위험한 길을 빠른 걸음으로 걸어 발에 물집이 잡히면서까지 꼬박 한 시간이 넘게 걸어 결국은 숙소에 돌아 왔다.




곤한 잠을 자고 일어난 오늘 오전은 당연히 상당히 피곤 할 수 밖에 없었다.




문제는 철도 관계자들의 파업과 일요일의 배차간격이 원인이겠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회는 그런 것에 익숙하다는 사실이 경이롭다. 100 여명도 넘게 기차를 타기 위해, 더구나 공항에 가기위해, 짐들을 들고 플랫 홈에 기다리던 사람들까지도 그 누구도 아무 말 없이 그저 마냥 서 있던 광경, 안내 방송 하나도 없던 상황, 또 버스 기사이건 누구이건 쉴 권리가 있다는 일요일을 절감하게 하는 시내버스 배차간격. 이미 오래 전에 익히 배웠고 알았던 로마이지만 오랜 만에 돌아와 촌놈 노릇을 톡톡히 하고 다리품을 엄청 팔고서야 그렇게 첫 주말이 지나갔다. 참으로 수도자는 집을 떠나 싸돌아 다니는 것이 영신사정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절감한 첫 주말이었다. 무서버서라도 다시는 나돌아 다니지 말아야 겠다.(200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