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님의 왕관


성모님의 왕관





옛날에 소년 하나가 자기의 미래를 만나러 길을 떠났다. 외로운 길이었고 어두운 숲을 가로질러 가는 길이었다. 갑자기 온 하늘을 덮어버리기라도 하듯이 거대하고도 삐죽삐죽 기괴한 비늘로 덮여있는 모습의 괴물 하나가 소년 앞에 나타났다. 머리에 금으로 된 왕관을 쓴 용들의 우두머리였다. 흉악한 입을 쩍 벌리고 섰는데, 악취를 풍기며 불을 내뿜고 있었다. 용이 소리를 질렀다. ‘이 녀석, 잘 만났다. 내가 오늘은 너를 먹어 치워야 하겠다.’ 소년은 몹시 놀라며 간청하였다. ‘용들의 왕이시여! 잠깐만 저의 마지막 말이라도 한 마디 남길 수 있는 여유를 허락하소서. 저 하늘의 태양과 바람과 땅에게 해야 할 말이 있습니다.’ 그러자 용이 ‘좋다. 그렇게 하여라. 그러나 네가 그 말들을 마치면 내가 너를 먹어치우리라.’하며 그를 허락하였다. 소년은 하늘의 태양에게는 그 용을 불살라버리시라고, 바람에게는 그 용을 멀리 날려버리시라고, 그리고 땅에게는 그 용을 깊숙이 묻어버리시라고 간청하였다. 그러나 소년의 간절한 청원에도 불구하고 해와 바람과 땅은 감히 용을 대적할 용기를 내지 못했다.

소년은 엉엉 눈물을 흘리며 다시 한 번 용에게 ‘제가 죽기 전에 아주 잠깐만이라도 집에 돌아가 저의 어머님께 마지막 인사를 드릴 수 있도록 해주시라.’고 애원하였다. 이에 용은 화를 내며 ‘좋아. 그렇지만 서둘러라. 내 배가 슬슬 고파지거든.’하고 소년의 그 마지막 청을 들어주었다. 이에 소년은 고향으로 돌아가 집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며 엄습해오는 두려움으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어머니 역시 금방 아들의 걱정을 알아차렸다. ‘어머니,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할지 모르겠네요. 머리에 금관을 쓴 용이 제가 가던 길을 가로막고서 저를 먹어치우겠다.’고 합니다. 제가 태양에게도, 바람에게도, 그리고 땅에게도 애원해보았지만 그 누구도 저를 구해주지는 못했습니다. 간신히 용이 저에게 어머니에게 마지막 인사라도 전하고 돌아오라 하였습니다. 기어이 가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용이 이곳에 쫓아와 우리 모든 식구들까지도 먹어치우고 말 것입니다. 이 말을 전해들은 어머니는 아들과 함께 울면서 아들을 꼭 껴안은 채 ‘그렇다면 이 어미가 너와 함께 같이 가겠다.’ 하셨다.

아들과 함께 용 앞에 마주 선 어머니는 두려움도 없이 용감하게 ‘경애하올 용들의 왕이시여! 어찌하여 저희를 가로막고 서서 저희를 그렇게 대하시는 것입니까? 당신께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은 이 어린 소년을 어찌 먹어치우고자 하시는 것입니까? 부디 이 아이가 자기 길로 나아가 자기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도록 허락하여 주십시오. 왕들의 왕이시고 용들의 왕이신 분께서는 부디 젊은이의 앞길을 가로막지 말아주십시오. 이 아이가 당신께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을 것임을 잘 아시지 않습니까? 태양도, 바람도, 그리고 땅마저도 당신을 거역하지 못하지 않았습니까? 부디 이 젊은이가 자기 길을 가도록 하여 주십시오. 그리하여 태양이 이 젊은이를 따뜻하게 비춰주게 하시고, 바람에게는 이 젊은이의 이마에 솟은 땀을 가시게 하여주시며, 땅은 이 젊은이를 보호하게 하소서. 정 누군가를 먹어치우고자 하신다면 이 젊은이 대신에 저를 먹어치우십시오. 부디 제 아들 대신에 저를 먹어치우시고 얘는 제 길을 따라 가던 길을 계속 가도록 하여주십시오.’

용은 놀랐다. ‘내 귀가 그와 같은 말을 일찍이 들어본 바 없고 내 눈이 일찍이 이와 같은 일을 본 적이 없다. 오늘 내가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위대함을 배우게 되었구나.’하며, 용은 잠시 멈춰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랑은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이에 용은 감동하여 자기 왕관을 벗어 그 어머니에게 내어주며 ‘너에게 이 왕관을 선물로 줄 것이니 너와 아들을 서로 묶어놓은 그 사랑을 증거 하도록 하여라.’ 하였다. 이렇게 하여 ‘도움이신 마리아’께서 머리에 왕관을 쓰시게 되었던 것이다.(2013년 5월호 이태리어판 ‘살레시오 가족지’ 마지막 페이지, 2013년5월25일)

태양이 생기던 날


태양이 생기던 날

아주 높은 깜깜한 하늘에 별들이 살고 있었다.
세상은 온통 어두운 검정 상복만을 입고 있었고
땅은 이 어두움 속을 걷고 있었다.
별들은 가까이 있는 몇몇이서 겨우 몇 마디를 나누다가
곧 무덤덤해지고 깊은 잠에 빠지기가 일쑤였다.
동물들은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 길이 없었고
구름은 그저 하염없이 여기저기를 떠다니고만 있을 뿐이었으며
꽃들은 다른 꽃들이 입은 옷의 아름다운 빛깔을 볼 수도 없었다.
빗방울 역시 도대체 어디에 떨어져야 할지를 가늠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대로는 안 된다며 별들이 함께 모여
자기들이 가진 조그마한 빛들을 모아 큰 빛을 만들어 보자고 결정하였다.
그래서 별들은 서로 서로 가까이 다가가기 시작하였는데
이로써 수도 없이 많은 곳에서 수도 없이 많은 길을 따라
별들이 움직이기 시작하였고
깜깜한 어둠을 가장 자리부터 조금씩 먹어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공허한 심연의 어둠 한 가운데로 방향을 잡고
수많은 별들이 검은 창공의 중심에 이르렀을 때
별들은 자기들이 전에 생각하지도 못했고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아주 아주 커다란 빛 하나가 생겨나는 것을 보게 되었으니
그렇게 태양이 생겨나게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수도 없이 많은 별들의 고향과 집이 생기면서
빛의 첫 번째 잔치, 첫 번째 날의 축제가 생기니
세상은 모두 이를 축하하기 위해 보여 들었다.
아무도 상상할 수 없이 커다란 둥근 식탁에
가장 먼저 도착한 이는 공기였으니
그는 가볍고 긴 망토를 두르고 창공이라 이름하는 친구와 함께 왔다.
그렇게 두 자리가 채워지고 난 뒤에
세 번째 손님으로는 우람한 파도의 축포를 날리며 다가온 바다였다.
이어서 녹색 망토와 잎으로 치장한 숲과 나무가 등장하였는데
그는 꽃들이라는 조용하지만 아름답기 그지없는 빛깔을 입은
가족들을 동반하고 있었다.
또한 여러 동물들도 왔는데
그들 중에는 발이 빠른 말이 있었고 충실하기로 소문난 개도 있었으며
힘이 센 사자도 있었다.
일일이 다 헤아릴 수 없는 손님들과 함께 흥겹고 성대한 잔치가 무르익어 갈 무렵
맨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여자와 남자 한 쌍이 도착하였고
이들은 맨 마지막에 도착하였으면서도
잔치의 가장 윗자리에 자리를 잡았고
모두가 우러러보는 사랑받는 한 쌍이었다.
그렇게 축제가 진행되고 있던 어느 순간
태양의 크리스탈 궁전에 어둠이 찾아왔다.
처음에는 아무도 신경을 쓰지도 않았는데
큰 어둠과 작은 어둠들이 손님들 사이를 조금씩 파고들면서
조금씩 어두워지더니 마침내는 태양도 빛을 잃었고
다시 깜깜한 어둠이 되고 말았다.
손님들이 놀라 성급히 자기들의 자리로 돌아가면서
급기야 맨 나중에 도착한 아름다운 여자와 남자 한 쌍만이 남게 되었다.
아무런 두려움도 갖지 않았던 남자는 여자를 꼭 껴안아 주면서
어둠 속에서 멀리 온 세상을 향해
‘바다여, 꽃들이여, 그리고 이 잔치에 오셨던 모든 손님 여러분,
두려워하지들 마시오.
태양은 죽거나 사라져 버린 것이 아니라 쉬고 있는 것이니
이 밤이 지나면 다시 더 밝은 빛을 내며 떠오르게 될 것이요.’


바로 이 첫날 밤에는
풀들도, 나무들도, 바람도, 바다도 아무도 잠들 수 없었으니
모두가 그 남자와 여자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아침이 되었을 때,
태양이 다시 자기의 크리스탈 궁전에서 잠을 깨었을 때,
온 세상은 첫째 날보다 더욱 더 큰 소리로 환호하며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모두는 밤이 언제나 하나의 꿈일 뿐
그 꿈이 지나면 빛나는 빛의 현실이 다시 다가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Janos Pilinszky, 김건중 편역, 2011년2월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