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인지 필연인지

자욱하던 아침 안개가 언제이냐 싶게 사라지듯,
풀잎 끝에 맺힌 이슬이 흔적 없이 마르듯,
하늘의 조각구름들이 바람에 휙 자취를 감추듯,
눈서리 위에 찍힌 기러기 발톱 자국들이 스르르 흐트러지듯,
새가 차고 오른 호수가 상관없다 잠잠하듯.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렇게 인생을 살다가
어느 날 사람들 곁을 떠나고 세상을 떠난다.

내가 없어도
햇빛이 그대로이고
풀들이 그대로이며
하늘이 그대로이고
서리 녹은 땅이 그대로이며
호수도 그대로이다.

새 한 마리 날아오르면
새는 자취 남기고 싶은 뜻이 없고
호수는 그림자 남겨둘 마음이 없다.

(2010년8월4일)